[대구/경북]대구 ‘뮤지컬 전용극장’ 물건너 가나

  • 입력 2009년 2월 18일 06시 59분


시의회 “민자사업 재검토 필요” 동의안 처리 유보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구시의회 교육사회위원회가 16일 대구시가 제출한 ‘뮤지컬 전용극장 민간 투자사업 채택 동의안’ 처리를 유보했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 용지 선정의 적절성과 운용방안 등에 문제점이 드러나 이 사업 추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의회가 처리를 유보한 첫 번째 이유는 뮤지컬 전용극장 용지 선정 문제.

뮤지컬 전용극장을 공공기관과 전시 공연장이 밀집해 있는 수성구에 짓는 것은 대구지역 구군 간 형평성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의회 류병노 의원은 “수성구에는 첨단 공연 및 전시장을 갖춘 수성아트피아가 운영 중이고 시립미술관도 건립되고 있는데 뮤지컬 전용극장까지 들어서면 다른 구군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전용극장의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종기 의원은 “뮤지컬 전용극장의 관람석이 1500석이지만 부설 주차장의 차량 수용 규모는 443대로 크게 부족하다”며 “주차장이 확충되지 않으면 개관 이후 이용객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민간사업자가 뮤지컬 전용극장 내 편의시설을 운영하는 부대사업의 규모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도재준 의원은 “뮤지컬 전용극장의 총건축면적 중 편의시설 면적(4630m²)은 17%이며 예상 수익은 30%로 예상되는데 이는 극장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한 편”이라고 밝혔다.

류병노 의원은 “뮤지컬 전용극장이 건립되더라도 당분간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만큼 민간 사업자가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부대시설 운영에만 치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정희 의원은 “민간 사업자가 뮤지컬 전용극장을 건립한 뒤 운영하게 되는 20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길다”며 “20년이 지나면 극장 시설이 낡아 이를 넘겨받은 대구시가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은 대구시가 추진 중인 공연문화도시 조성 사업의 핵심.

대구시의회의 사업안 처리 유보로 대구시는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사업을 제안한 민간업체는 수성구의 어린이회관 주차장 용지가 아니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대체 용지를 활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어린이회관 주차장 용지 1만780m²를 민간 사업자에 제공하고 운영을 맡긴 뒤 20년 후 되돌려 받는 조건으로 2011년까지 뮤지컬 전용극장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를 위해 지난해 공연기획사와 건설업체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대구시 이상헌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되는 만큼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문제점을 보완해 3월에 열리는 대구시의회 임시회 때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 동의안을 다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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