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대입 자율화는 불가능한 일인가

  • 입력 2009년 2월 16일 16시 54분


◆동아논평

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대입 자율화는 불가능한 일인가'. 홍찬식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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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입시 자율화에 대해 2012년 이후에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인수위 시절인 지난해 초 대입 자율화를 약속했고, 3단계 추진 계획까지 내놓았습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완전 자율화되는 시점은 2012년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교육부가 최근 내놓은 '2012년 이후' 방안과 인수위가 제시한 '2012년' 방안은 비슷해 보여도 내용 상 큰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2012년 이후에 결정한다는 것은 대입 자율화를 안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2012년은 현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입니다. 그 때 가서 사회적 합의가 되면 완전 자율화를 하겠다는 겁니다.

정권 말기에 대입 자율화라는 민감한 문제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과거에 대입 자율화를 약속했으므로 체면상 안 한다고는 할 수 없고 최대한 뒤로 미루겠다는 얘기입니다.

한편 인수위의 '2012년' 방안에 대해 대학들은 2012학년도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2012학년 입시는 2011년 후반부터 치러지므로 현 정부의 임기 내에 자율화가 실현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인수위 약속을 번복해 대입 자율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입니다. 대입 완전 자율화는 이번 정권에서도 이뤄지기 어렵게 됐습니다. 정부가 입장을 바꾼 이유가 궁금합니다.

최근 연세대가 2012학년도에 본고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대학들도 새로운 입시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대학들의 속도 내기에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입니다.

본고사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정부가 지지도를 까먹으며 대학 편을 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본고사가 오히려 사교육비를 줄일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교육 통제가 사교육비를 늘리는 결과를 빚었으므로 이번에는 대학을 믿고 맡겨보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여기저기 눈치를 보다가는 대입 자율화는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처럼 정부가 입시를 통제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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