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간부, 허위진술 강요-성폭행 시도”

  • 입력 2009년 2월 6일 02시 59분


■ 피해 女조합원 대리인 회견

“지인 부탁으로 이석행위원장 도피처 제공

수사받게 되자 ‘부탁받은 적 없다고 하라’

조직 믿고 따라야 한다며 욕설에 위협도”

민노총 “성폭행 시도 옹호한 적 없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이석행) 소속 간부 K(45) 씨가 동료 여성 조합원에게 경찰 조사에서 허위진술을 강요하고, 성폭행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김종웅 변호사, 임태훈 전 여성의전화 정책위원은 5일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의 K 간부가 지난해 12월 6일 40대 여성 조합원인 A 씨에게 구속된 이석행 위원장의 도피와 관련해 경찰에 허위진술을 하도록 강요하고 이어 A 씨를 성폭행 하려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피해 여성이 K 간부를 검찰에 고소하고 허위진술 강요와 관련된 민주노총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피해자 A 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 B 씨의 부탁으로 당시 도피 중이던 이 위원장에게 자신의 아파트를 은신처로 제공했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A 씨 집에 숨어 있던 이 위원장은 같은 달 5일 이 집에서 경찰에 검거됐으며 A 씨는 범인은닉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이후 K 간부 등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A 씨에게 “이 위원장의 은닉이 B 씨의 부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집 앞에 이 위원장 등이 기다리고 있어서 만나게 돼 일어난 일이라고 경찰에 진술해 달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허위진술을 강요받은 A 씨는 도움을 받기 위해 이 내용을 오 사무국장에게 알렸다. 오 사무국장은 “A 씨에게 ‘허위진술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경찰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K 간부 등은 A 씨에게 “외부의 지원을 받지 말고 조직을 믿고 따라야 한다”면서 욕설과 함께 폭행 위협까지 가했다고 오 사무국장은 전했다.

오 사무국장에 따르면 K 간부는 지난해 12월 6일 A 씨를 불러내 대책을 논의한 뒤 A 씨 집에 침입해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하려다 피해자의 저항으로 실패했다는 것.

오 사무국장은 “K 간부는 우리에게 ‘당시 술에 취해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매우 정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발생 후 민주노총은 이해할 수 없는 반인권적 성폭력 옹호 행태를 보였다”며 “이용식 사무총장 등 고위간부들과 지도위원을 A 씨 등에게 보내 사태 확산을 막는 데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A 씨의 소속연맹위원장 등도 압박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오 사무국장은 “이들의 논리는 ‘이명박 정부와 싸워야 하는데 이런 사건이 알려지면 동아, 중앙, 조선일보에 의해 대서특필되고 조직이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었다”면서 “이 과정에서 A 씨는 정신적인 충격 등 성폭력 2차 피해까지 보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9일 이용식 사무총장이 노총 차원에서의 사태 해결을 지켜봐 달라고 요청해 고소 등은 추이를 보면서 대응하기로 했다”며 “그런데 다수의 민주노총 간부들이 3, 4주 전부터 술자리에서 여과 없이 이 사건을 퍼뜨리고 다니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 사무국장은 “결국 민주노총은 사태 수습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고 끊임없이 피해자 대리인에게 ‘어느 선에서 징계하면 만족하겠느냐’며 징계수위 조정을 시도했다”며 “지난달 12일 이후에는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간부 K 씨를 보직 해임하고 조합원에서 제명했다. 그러나 수사 의뢰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진상조사에서 K 간부가 ‘만취로 성폭행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 피해자 측으로부터 전모를 듣고 제명 등 조치를 취했다”며 “하지만 피해자 측 주장대로 사건 발생 이후 민주노총이 성폭력을 옹호하는 행동을 취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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