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리와 사고]우수한 글에는 3가지가 있다

  • 입력 2009년 2월 2일 02시 58분


우수한 글에는 3가지가 있다, 독창성-심층성-다각성!

비판적 평가를 위한 첫 번째 단계와 두 번째 단계는 글이 갖추어야 할 필수적 요소들을 점검하는 작업입니다. 평가의 세 번째 단계는 우수한 글을 골라내는 작업입니다. 독창성 심층성 다각성은 이때 활용되는 대표적 기준입니다.

이런 기준들을 모두 충족시켰을 때 좋은 글이라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자기 나름의 관점에서 접근해 문제를 깊이 있게 파악하고 다각적인 해결책이나 대안을 제시하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먼저 독창성을 갖추면 우수한 글로 평가받습니다. 새롭고 일리 있는 주장을 펼치면 그 글은 주목받게 됩니다. 이때 독창성은 기발하고 엉뚱한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텍스트를 해석하거나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때,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지만 나름의 타당성을 지닌 훌륭한 해석이나 훌륭한 해결책을 제시하면 독창적이라고 평가됩니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혼자 ‘아니다’라고만 한다고 독창적인 것이 아닙니다. 새롭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적절하고 타당한 내용이라야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글을 쓸 때 독창성 자체는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마치 우리 삶에서 행복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는 것과 유사합니다. 우리는 행복 그 자체를 추구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 즐거운 일, 보람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이런 일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우리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 때문에 행복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처럼 행복감은 그 자체를 미리 의도하고 계획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독창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창적인 글을 쓰겠다는 마음가짐만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주장을 최대한 적절한 근거를 들어 제시했을 때 때로는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고, 때로는 그런 평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독창성을 구성하는 요소는 두 가지입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본떠서 글을 쓴다면 독창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생각한 것, 자기 나름의 이야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독창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어떤 모임에서 사람들이 각자 나름의 주장을 했는데 그 내용이 우연히 유사하면 아무도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없는 나만의 독특한(unique)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그 ‘독특성’이라 함은 글을 쓴 장본인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읽는 사람이 판단해 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독특성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입니다. 어떤 한 집단이 독특하다고 평가하는 논의를 다른 집단은 다르게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사람은 평가에 대해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튀는’ 내용을 썼다고 해서 그 글이 독창적이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음 기준은 심층성입니다. 심층성이란 ‘깊이 있는 접근’을 말합니다. 드러나 있지 않은 무언가를 파악하는 것이 깊이 있는 접근의 핵심입니다. 숨은 전제를 분석하거나 드러나지 않은 함축을 맥락 속에서 파악하는 것, 또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지만 가능한 대안들을 하나씩 검토하는 것이 깊이 있는 접근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드러난 것만 보는 피상적인 접근에 그치지 않고 숨어있는 본질적 요소에 접근하는 것입니다. 특히 문제해결을 위해 문제를 분석할 땐 심층성이 부각됩니다. 드러난 문제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그중에 어떤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고 어떤 것이 파생된 문제인지 검토해야 깊이 있는 접근이 됩니다.

의사가 병을 진단할 때 이런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고열이 나고 목이 심하게 붓고 소화가 안 될 때 환자의 병을 무엇이라고 진단하겠습니까? 서로 다른 증상들을 모두 다른 현상으로 보고 각각에 대한 약을 따로 쓰는 것은 적절한 접근이 아닙니다.

이 중에서 어떤 것이 단순한 증상에 불과하고 어떤 것이 원인인지 찾아서 원인부터 제거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 문제에 접근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근본적인 문제와 원인을 찾아낼 때 심층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게 됩니다.

마지막 기준은 다각성입니다. ‘폭 넓은 접근’을 말합니다. 어떤 현상을 일면적이고 단편적으로만 접근하면 좋은 글이 될 수 없습니다. 하나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관점을 바꾸어 다면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를 분석할 때에도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대안을 제시할 때 특히 다각성이 부각됩니다. 단순히 ‘최선을 다하자’ ‘적절히 조화시키자’ 식의 당위적 주장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각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우선 문제와 관련된 당사자를 모두 생각해서 그들 각자의 관점에 서보아야 합니다. 그들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 빠짐없이 고려해야 구체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무엇을 하자’보다는 ‘누구는 무엇을 하고 누구는 무엇을 하자’고 제시한다면 훨씬 구체적인 처방이 됩니다.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없으므로 해결 과정에서도 다각성을 구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기, 중기, 장기로 관점을 나눠 접근해야 합니다. 우선 응급처치를 통해 증상을 약화시키고 다음으로 구체적인 법과 제도를 통해 문제를 제거한 뒤 마지막으로 교육과 의식 개혁을 통해 문제를 예방하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다각성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교수, 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