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 추모비 더 안생기길 바랬는데…”

  • 입력 2009년 1월 28일 21시 52분


이상기 경사 시신 수중서 발견…“고향 형님같던 분” 대원들 눈시울

"혹시나 했는데…."

독도경비대 통신반장인 이상기(30) 경사의 시신이 발견된 28일 동해 끝 독도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27일 오전 2시 무렵 경비대 막사 주위에서 실종된 이 경사는 이날 오전 10시 경 동도의 등대 아래쪽 얼굴바위 옆 바닷속에서 잠수부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경사는 2004년 8월 경북경찰청 울릉경비대에 전입한 이후 독도경비대에 여러번 투입돼 근무가 익숙한 편이었지만 이날은 내린 눈이 얼어 주변이 미끄러웠는데다 돌풍까지 불어 그만 절벽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숨지기 하루 전인 설날 아침, 이 경사는 경비대 내무반에 차린 차례상 앞에서 동생 같은 대원들에게 술을 따라주며 고향으로 향한 마음을 대신했다.

40여 명의 대원들은 "반장님은 '독도 근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자부심을 심어주던 자상한 형이었다"며 "늘 밝은 표정으로 근무해 마음으로 큰 의지가 됐는데 믿기지 않는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 경사는 부산금정경찰서에서 의경으로 근무하던 2001년 1월 순찰 중에 불이 난 주택에 뛰어들어 몸이 불편한 주민을 구해 상을 받았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그 해 6월 순경으로 특채됐다.

그는 경찰관이 된 이후에도 성실하게 근무해 울릉경비대에 전입된 뒤 경북경찰청장 표창 등 6번의 표창을 받았다.

울릉도에 들어와 살던 부인 정모(28) 씨는 설을 맞아 아들(4), 딸(2)을 데리고 부산 북구 덕천동 집에 사는 어머니(62) 댁에 가 있던 상태였다. 시신이 안치된 포항의 병원을 찾은 유족은 "설을 앞두고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전화를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찰이 1954년부터 독도 경비를 맡은 이후 지금까지 이 경사처럼 독도에서 사고를 당한 경우는 모두 6명. 이들을 추모하는 위령비는 대원들이 근무를 서는 막사 옆에 나란히 서 있다.

박병언(34) 독도경비대장은 "대원들과 운동을 한 뒤 업어주면서 근무를 격려했던 이 경사의 듬직한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고귀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경비대원 모두 독도수호에 새 각오를 다지겠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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