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씨 키르기스스탄서 금광사업 추진”

  • 입력 2009년 1월 24일 02시 56분


“재판도중 해외도피한 정태수씨 키르기스스탄서 금광사업 추진”

檢 “한국 간호사 4명 고용해 간병도 받아”

정씨 기소중지… 도피 도운 며느리 등 기소

검찰 추적 결과 밝혀져

2007년 재판 도중 해외로 도피한 정태수(85·사진) 전 한보그룹 회장이 현재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에서 금광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한 도피 중에도 가족들의 도움으로 간호사의 간병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23일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에 따르면 정 씨는 2007년 일본으로 출국한 뒤 카자흐스탄에 머물다 검찰이 지난해 1월 카자흐스탄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자 3월 한국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지 않은 인근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로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정 씨는 2006년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지만 곧바로 항소했고, 서울고법에서 재판을 받던 중 2007년 5월 치료 목적으로 일본에 건너간 뒤 현재까지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

검찰은 “정 씨가 금 매장량이 많은 키르기스스탄에 머물면서 금광사업 등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해외도피 중에도 며느리인 강릉의 A대 학장 김모(41) 씨에게 지시해 카자흐스탄에 이 대학의 지사를 설립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자신의 측근인 송모(45) 씨를 A대 기획실장으로 임명한 뒤 이 대학의 카자흐스탄 지사장으로 파견해 자신의 사업을 돕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와 송 씨는 홍삼 계통의 건강보조제인 선삼을 3600만 원 치 구입해 출국한 사실도 있어 정 씨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 씨는 A대 출신 간호사 4명을 카자흐스탄으로 불러 개인적으로 고용하고 간병을 받았다. 간호사들이 밀린 임금을 지불할 것을 요구하자 A대의 직원으로 채용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검찰은 “간호사와 현지인을 고용해 생활하는 것은 물론 횡령한 대학 돈으로 이들의 월급을 지급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통해 재기를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며느리 김 씨가 카자흐스탄에 대학 지사를 설치한 것은 정 씨가 머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대학 돈 2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도피 중인 정 씨를 기소중지하고 김 씨와 송 씨, 정 씨의 아들(45)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정 씨의 해외도피 자금원을 차단하는 등 끝까지 추적해 예외 없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릉=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