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충돌이 대형 참사 불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4분



서울 용산 ‘재개발 농성’ 진압중 불… 철거민 추정 5명-경찰 1명 사망

경찰, 농성장에 특공대 투입

시위대, 화염병-시너로 맞서

옥상 망루 화재… 23명 부상


컨테이너와 기중기, 경찰특공대를 동원한 경찰의 강제 진압과 농성장 입구를 봉쇄한 채 화염병을 투척한 시위대의 격렬한 저항이 맞물려 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의 4층 건물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시위대와 진압에 나섰던 경찰이 충돌해 양회성(56) 이상림(71) 이성수(50) 씨 등 농성 참가자 5명과 경찰특공대 소속 김남훈(31) 경장이 숨지고, 경찰과 농성자 23명이 다쳤다.

이번 참사는 1989년 5월 부산 동의대 학생들의 건물 점거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7명이 숨지고 11명이 크게 다친 ‘동의대 사태’ 이후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최악의 사건이다.

20일 오전 6시 45분경 경찰은 전날부터 농성을 벌이고 있던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와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 회원 33명에 대한 진압작전에 나섰다.

오전 7시 10분경 시위대가 철판 등을 이용해 4층으로 만든 망루에 경찰특공대원들이 접근하자 안에서 농성 중이던 10여 명의 시위대는 화염병과 시너를 뿌리며 맞섰다.

시위대가 준비한 시너 70여 통이 쌓여 있던 망루 1층으로 불씨가 옮겨 튀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진압작전은 오전 8시경 끝났지만, 6명이 불에 타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도심 한복판에서 하루 종일 화염병을 투척하는 등의 불법 행위로 일반 시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조기 진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과잉진압 논란을 불러일으킨 경찰특공대 투입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결정했으며, 김 내정자는 이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검찰, 화재 경위 등 수사 착수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천성관)은 이날 정병두 1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현장에서 연행한 농성 참가자 28명 중 22명과 경찰 특공대원 5명을 불러 사망사고가 난 경위를 조사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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