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1조7000억 즉시 투입” 속도낼듯

  • 입력 2009년 1월 8일 02시 58분


■ 제2롯데월드 승인절차 돌입

15년 공방 끝… 활주로 변경비용 롯데 부담

‘年 250만명 고용’ 등 경제 파급효과 기대

제2롯데월드 건설 계획은 행정협의조정위원회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하는 절차가 아직 남아 있지만 정부 방침은 이미 허용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관측이 많다.

지난해 9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차 투자 활성화 및 일자리 확대를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재추진 방안이 제기된 후 정부와 경제계에서는 이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우세했다.

게다가 이번에 나온 서울공항 활주로 변경 방안은 그동안 제2롯데월드 건설에 반대했던 공군이 내놓은 대안이고 롯데 측 역시 관련 비용을 부담할 뜻을 일찌감치 밝힌 상태였다.

롯데그룹은 1994년 5월 서울시에 비행안전구역 바깥 인접지역에 초고층 건물 건설이 가능한지를 물으면서 제2롯데월드 사업 구상을 처음 공개한 지 15년 만에 숙원을 이룰 기회를 잡게 됐다.



▽국방부, “롯데가 비용을 부담하면 문제없다”=공군은 7일 △서울공항의 이전 △동, 서 활주로 방향 10도씩 조정 △동쪽 활주로 방향 3도 조정 및 항법관제장비 추가 설치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행정협의조정위 실무위는 이 중 세 번째 방안을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결정했다.

김광우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은 “활주로 방향 변경에 따른 재포장과 정밀 레이더 등 항행항법장비의 추가 도입에 드는 모든 비용은 롯데가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롯데의 비용 부담은 서울공항 활주로를 재포장해 주고 항행항법장비를 도입해 국가에 기부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기획관은 “롯데와의 협의가 잘 진행되면 최종 결정이 한 달 안에 내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롯데 측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시에 건축허가 절차 재개를 요청하면서 서울공항의 비행안전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 협의과정에서 양측이 비용의 타당성을 놓고 이견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한편 국방부는 동쪽 활주로의 방향을 변경해도 성남 시민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고도제한구역이 새로 생기지는 않으며 오히려 기존의 비행안전구역이 축소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남은 과정=행정협의조정위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서울시가 건축심의와 교통·환경영향평가, 건축허가의 절차를 진행한다. 이 과정은 보통 2, 3개월 걸린다.

제2롯데월드는 초고층(112층·555m)으로 지어질 예정이어서 최종 허가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지만 서울시가 이 사업을 적극 지원해 왔기 때문에 진행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건축 허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1조7000억 원을 즉시 투자할 수 있으며 공사 중 연간 250만 명, 완공 후에도 2만3000여 명을 고용할 수 있어 경제·사회적 효과도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서울 “환영” vs 성남 “불만”

서울 “경제 활성화에 꼭 필요… 市도 협력”

성남 “재산권 침해 건축고도 완화해줘야”

정부가 112층(555m) 높이의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과 관련해 서울시와 경기 성남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는 서울 동남부의 랜드마크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정부의 구체적인 지침에 따라 서울시도 협력해 나갈 방침”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제2롯데월드는 서울시의 건축심의와 교통·환경 영향평가를 받은 후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심의 통과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6년 2월 이미 112층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심의 의결을 받은 데다 오세훈 시장 역시 제2롯데월드 건립에 줄곧 찬성 입장을 표명해 왔기 때문이다.

서울시 김효수 주택국장은 “행정협의조정위에서 고도 문제를 결정하는 만큼 시 건축위원회에서는 디자인과 안전 등의 사항에 대해서만 심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측은 지난해 4월 112층 초고층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주변 건물 9개 동의 신축안을 서울시에 제출해 건축허가를 받기도 했다.

반면 성남시는 이날 “성남시의 고도제한 완화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점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반발하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45m 건축 고도제한으로 재산피해를 보고 있는 성남시민의 고통은 고려하지 않고 하나의 기업을 위해 제2롯데월드 건축을 허용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는 제2롯데월드 허용에 앞서 성남시 고도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 역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성남시 재건축·재개발연합회 이춘섭(48) 부회장은 “8일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전체 면적 141.8km²의 58.6%(83.1km²)가 서울공항으로 인한 전술항공작전기지 구역에 포함돼 고도제한을 받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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