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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2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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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회복 위해 진실 밝혀내야”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공개 비난을 받은 직후 한강에 투신자살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부인 김선옥 씨와 자녀, 남 전 사장의 남동생 등 유족 8명은 19일 노 전 대통령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유족은 고소장에서 “남 전 사장이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를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거나 돈을 준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노 씨와 그의 처남 민경찬 씨가 사장 연임을 도와주겠다며 먼저 요구해 어쩔 수 없이 3000만 원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 같은 내용은 2004년 3월 10일 검찰의 수사발표에서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며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위치에 있던 노 전 대통령이 다음 날 기자회견을 통해 남 전 사장을 사장 연임을 위해 시골 노인에게 찾아가 돈이나 주는 파렴치한 사람으로 무참히 매도해 굴욕을 못 이겨 자살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최근 노 씨가 구속되면서 ‘남 전 사장이 노 씨에게 인사 청탁 대가로 돈을 주었다’는 보도가 다시 나와 고통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언론에서 노 씨가 나올 때마다 남 전 사장의 이름이 계속 불명예스럽게 거론될 것으로 예상돼 명예회복을 위해 노 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번 고소사건을 맡은 이헌 변호사 및 유족과의 일문일답.
―남 전 사장이 돈을 준 것이 강요 때문이라는 것인가.
“그렇다. 대통령 형이 돈을 달라고 하는 상황에서 누가 거절하겠나. 대우건설은 공적자금이 투입돼 워크아웃 중이었다. 이건 논쟁거리다. (사실관계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이 변호사)
―대통령은 재임 중 형사소추가 불가능해 퇴임 후 고소한 건가.
“맞다. 고소 안하고 그냥 덮고 가려 했다. 고소한다고 남편이 살아오는 것도 아니고. (울먹이며) 그냥 숨만 쉬고 살려고 했는데 이런 사건(노 씨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야기가 나온다. 보기도 싫고 읽기도 싫다. 남편이 살아 있었다면 검찰에서 해명할 기회가 있었을 거다. 노 전 대통령이 대대적으로 망신을 주면서 해명할 기회조차 뺏어 버린 거다. 내 남편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부인 김 씨)
―노 전 대통령이 사과해도 고소한 것은 유지하나.
“어떤 방식으로 사과할지 지켜봐야 하고, 만약 사과한다면 그때 가서 이야기하겠다.”(남동생)
―해명할 기회가 없었다는데, 검찰 수사를 몇 번 받지 않았나.
“맞다. 본인이 이후 재판을 받았으면 인사 청탁 때문에 준 게 아니고 (노 씨 측이) 제의했다고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을 거다. 그런데 대통령이 인사 청탁을 위해 돈 줬다고 결론 내 버리니 ‘어떻게 더 이야기하겠느냐’ 하는 심정을 말한 거다.”(이 변호사)
―민사소송은 내지 않나.
“민사소송은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명예회복을 하는 데 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이 변호사)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