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12월 11일 03시 0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이는 검찰이 “리스트는 없다”고 밝힌 대로 ‘로비 리스트’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안에는 수사팀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첫 번째 ‘리스트’의 형태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측이 거액의 현금을 인출한 내용이 적힌 자료다.
국세청은 태광실업 등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박 회장 측이 2006∼2007년에 4800만 원, 4900만 원 등의 단위로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현금을 인출한 흔적을 포착하고 이를 정리했다고 한다.
당시 금융정보분석원(FIU) ‘고액 현금 거래 보고’ 대상 금액 기준(5000만 원)을 교묘하게 넘지 않는 뭉칫돈이 인출된 것을 확인한 국세청은 인출 날짜를 전후해 박 회장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과 공직자 10여 명의 이름을 인출 명세 옆에 참고 자료 형식으로 적어 놓았다.
현금 인출 시기와 태광실업의 법인카드 사용 명세 및 박 회장이 접촉한 사람 이름이 적힌 메모, 박 회장 비서의 수첩에 적힌 박 회장의 일정 등을 개략적으로 비교해 정리한 것.
2006년 9, 10월의 시점에는 노무현 정부 당시 고위 인사의 이름이 들어 있으며, 고위 공직자와 옛 여권 정치인이 비슷한 비율로 포함돼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리스트는 박 회장 측의 ‘수첩’이다. 이 수첩에는 국회의원 200여 명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다. 또 중앙 언론사와 지방 언론사 기자들의 이름도 빼곡히 적혀 있다.
게다가 이 수첩의 일부에서는 특정 정당의 이름 옆에 ‘○억’이라고 적은 흔적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형태의 자료들이 수사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금 인출 내용에 적힌 이름은 ‘돈 찾은 시기와 해당 인사와의 접촉 시기가 비슷하다’는 식으로 작성됐고, 수첩의 명단도 구체적인 범죄 내용이나 정황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박 회장도 인정하고 있는 탈세 등의 혐의가 아닌 ‘비장의 카드’로 박 회장을 압박해 돈을 건넨 정치인이 누구인지 구체적인 진술을 받아낼 계획이다.
그러나 박 회장의 주변 인사들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박 회장의 입이 워낙 무거워 검찰 수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