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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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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회가 새롭네요. 아프신 아버지에게 합격증은 큰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백종섭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
“행정 쪽에서 제 뜻을 펼치진 못했지만 민간에서 더 나은 사회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살아왔습니다.”(윤종규 김&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위)가 10일 1980, 81년 제24, 25회 행정고시 면접에서 시위 전력 응시생들을 총무처(현 행정안전부)가 탈락시킨 사실을 확인하고 불합격 취소 등 적절한 조치를 권고하자 피해자들은 이같이 반겼다.
진실위 조사 결과, 당시 총무처 장관의 지시에 따라 면접위원들이 시위 전력이 있는 응시생들에게 불합격 점수를 줘 2년 연속 면접에서 불합격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총무처 고시1과장은 진실위 조사에서 “장관 지시에 따라 안기부에 신원조회를 요청해 명단을 작성했고 시위 전력이 있는 사람은 빨간 줄을 그어놓았다”고 진술했다.
이로 인해 면접에서 탈락한 응시생들은 백종섭, 윤종규 씨 등 5명. 당시 경북대 대학원생 박문화 씨는 2회 연속 면접에서 탈락하자 1982년 1월 자살했고 박 씨의 동생 박문석 씨의 진정으로 진실위 조사가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진실이 밝혀진 것에 감사를 표했다.
백 교수는 이날 “당시엔 집권한 전두환 대통령이 참 미웠지만 결국은 사필귀정이다”라며 “개인에게 너무나 큰 인권 침해였다”고 말했다. 그는 유신헌법 철폐 데모를 한 전력으로 두 차례나 면접에서 떨어진 뒤 학자의 길로 들어서 1991년부터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윤 상임고문도 대학생 시절 수업거부와 학내 민주화 시위를 벌인 전력으로 면접에서 떨어진 뒤 회계사로 일을 시작했고 국민은행 부행장을 거쳐 현재 김&장의 상임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도 진실위는 1981, 82년 제23, 24회 사법고시 면접에서 같은 이유로 탈락한 6명에 대해서도 같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