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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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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장비 몸에 부착… “노인생활 불편 알게돼”
“자, 여러분은 이제 80세 할머니가 되셨습니다. 한번 움직여 보세요.”
강사의 지시에 따르던 여대생들의 얼굴이 일순간 찡그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10개가 넘는 ‘구속장비(拘束裝備·신체를 압박해 움직임을 저하시키는 장치)가 이들의 신체 곳곳을 압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야를 흐리게 하는 ‘녹내장 안경’에다 귀마개까지 착용해 의사소통마저 어려운 상태.
태어나서 처음 접해본 ‘생애(生涯)체험’을 통해 20대 여대생들은 한순간에 80대 할머니로 바뀌었다.
신구대 아동보육복지과 2학년 최은정(23·여) 씨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지만 이렇게 힘들고 불편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분들의 생활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일 경기 성남시에 문을 연 ‘고령친화 종합체험관’은 이처럼 노인의 일상생활뿐 아니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치매환자의 상황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지상 1층, 지하 1층에 걸쳐 2568m² 규모로 지어진 고령친화 종합체험관은 크게 생애체험관과 전시체험관으로 나뉜다.
참가자들은 허리를 쉽게 굽히지 못하게 하는 도구와 팔다리의 근력을 저하시키는 모래주머니, 시야를 방해하는 안경, 귀마개 등 각종 구속장비를 착용한다.
이렇게 80세 노인의 신체조건을 갖춘 뒤 수저를 사용하거나 신문을 읽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활동을 해야 한다.
전시체험관에는 일상생활, 커뮤니케이션, 안전관리, 여가활용 등 10여 개 품목의 고령친화 제품 1500여 점이 마련됐다. 관람객들은 제품을 직접 만지고 사용할 수 있다.
고령친화 제품을 설치한 100m² 규모의 ‘테크노 하우스’도 마련됐다.
특히 3차원(3D) 입체 영상을 보여주는 치매체험실은 국내 처음으로 도입된 시설. 치매환자의 시각에서 길거리를 배회하거나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보여준다.
원병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다양한 체험을 통해 고령친화 제품에 대한 인식을 넓혀야 수요를 창출하고 관련 기술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이 체험관을 이용하려면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문의 1644-0891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