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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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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변호사회가 연내에 실시하기로 한 ‘법관평가제’에 대해 법원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그런 가운데 한호형(51·사법시험 20회·사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이를 찬성한다는 소신을 밝힌 글을 동아일보에 보내왔다. 1983년 판사로 임관한 그는 1992년부터 8년간 변호사로 일하다 다시 법원으로 돌아와 재직 중이다. 다음은 한 부장판사의 글.》
법조 발전을 위해 좋은 평가 제도를 기대한다.
법원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변호사단체에서 법관평가제를 주장하고 있다. 8년간 변호사로 일하다가 현재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국민이 믿는 법치주의가 하루속히 확립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수사가 공평무사하게 진실을 밝히고, 재판이 경험칙에 따라 사실을 인정하고, 상식에 맞는 결론을 낸다면 다소의 절차적 오해가 있었다 하더라도 국민은 법관을 존경하고 법치주의에 긍지를 갖게 될 것이다.
아직도 학연 지연 등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이 개입하여 담당 판검사로 하여금 수사와 재판에서 사실과 법을 왜곡하도록 유도하고 그중에 변호사도 한 몫을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어 문제다. 싸움판의 승패를 가려야 하는 재판의 속성상 패소한 당사자는 자기의 단점을 감추고 불만을 호소함으로써 불신의 싹을 퍼뜨리고, 변호사까지 패소의 책임을 전가하려고 이를 부추길 수도 있다. 변호사가 필요한 주장 입증을 다하지 않아 패소를 하여도 불만은 고스란히 법원으로 돌아간다. 최근 문제가 되었던 재판도 혹시나 패소의 책임을 면하려는 일방의 주장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법관에 대한 신뢰는 재판 당사자로부터 출발하는 것이지 재판과 무관한 일반 국민의 평가에 의하여 좌우될 일이 아니다. 사실을 직접 경험하였던 당사자와 지속적으로 소송의 대부분을 수행하고 심판을 받는 입장에 있는 변호사의 의견은 어떤 형태로든 법관 인사 등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당사자를 포함하여 많은 변호사로 하여금 실명으로 잘잘못에 대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의견을 제출하게 하여 사실 확인과 왜곡된 의견을 제거한 다음 이를 집계 비교 분석한 결과를 제도적으로 반영한다면 이는 확실한 평가 자료를 얻는 데 그치지 않고, 법조 영역에서의 불신을 해소하고 사법의 민주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다. 재판을 수치로 평가할 수는 없으므로 부실한 통계자료를 함부로 공개할 일은 아니다.
아울러 변호사에 대한 적정한 평가도 시급하다. 풍부한 법률지식과 탁월한 소송 기술에 훌륭한 인격을 겸비한 변호사가 있는 반면, 변호사의 과잉 공급으로 사무실 운영이 어려워 사건 유치에 급급하며 이길 사건을 지게 하거나 말도 되지 않는 소송을 제기하여 분란을 야기하는 변호사도 늘어간다. 로스쿨을 통한 변호사 대량 배출을 앞둔 이 시점에 어떤 형태로든 변호사를 평가할 기준을 만들어 의뢰인이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변호사의 소송 수행 과정을 가장 잘 아는 법관도 의견을 제출하여 그 자료로 삼게 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할 것이다.
정당한 평가는 법률가로 하여금 우수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게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좋은 의견을 이끌어내 사회를 발전시키는 제도임을 믿고 사심 없는 좋은 평가제도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