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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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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측 문책 우려 부상자 입단속 등 감추기 급급
불법 중국 어선을 검문하던 목포해양경찰서 3003경비함(3000t급) 소속 박경조(48) 경위 사망 사건이 일어나기 이틀 전 이 경비함 경찰관 4명이 중국 어선을 검문하다 선원들에게 감금돼 쇠파이프 등으로 집단 폭행당한 뒤 풀려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30일 3003경비함 경찰관들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후 3시 반경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인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서남쪽 해역에서 경찰관 10여 명이 1.5t급 리브보트(고속단정) 2척에 나눠 타고 불법 조업 단속에 나섰다. 당시 해역에는 중국 어선 100여 척이 조업을 하고 있었다.
중국어 통역을 포함한 경찰관 4명은 무허가 선박으로 의심되는 중국 어선 1척을 발견하고 검문을 위해 배에 올라탔다. 이들은 불법 조업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먼저 중국인 선장을 리브보트에 태워 3003함으로 옮겨 신병을 확보했다.
이후 중국 어선을 계속 조사하려는 순간 이 어선은 경찰관들을 태운 채 뱃머리를 돌려 중국 쪽으로 달아났다. 이때 인근에 있던 어획물 운반선 등 중국 어선 50여 척이 무선 연락을 받고 경찰관들이 탄 어선 주위로 몰려왔다.
중국 어선들을 지휘하는 어획물 운반선이 경찰관이 탄 어선 옆에 바짝 다가서자 선원 20여 명이 순식간에 배로 올라와 1시간여 동안 경찰관들을 쇠파이프와 몽둥이로 폭행했다.
해경은 경찰관들이 위험에 처하자 3003함에 있던 중국인 선장을 통해 무선으로 중재를 요청했다. 해경은 중국 선원들이 선장 석방을 요구하자 선장을 배로 돌려보냈고 억류된 경찰관들은 풀려났다.
풀려난 경찰관 4명 가운데 3명은 머리와 팔에 골절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쳐 인근에 있던 다른 경비정에 의해 후송돼 전남 목포 시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가운데 김경수 순경은 아직까지 병원에 입원 중이다.
3003경비함 측은 경찰관들이 중국 선원에게 감금돼 둔기로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상부에 보고할 경우 허술한 작전수행 등에 따른 문책을 우려해 경찰관들이 중국 어선에 오르는 과정에서 파도가 심해 머리 등을 부딪쳐 다친 것으로 목포해양경찰서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해양경찰서는 이 사건에 대해 ‘경비함이 EEZ로 나가면 작전권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 있다’며 상부 기관에 책임을 떠넘기고, 사건이 알려진 뒤에는 치료 받는 경찰관에게 입단속을 시키는 등 사건을 감추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