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경축일… 구호는 달랐다

  • 입력 2008년 8월 16일 02시 59분


광복 63주년과 정부 수립 60주년인 15일을 맞아 보수단체와 진보단체가 각각 기념행사를 열었다.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진보단체의 8·15기념대회(왼쪽)와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건국 60주년 기념행사. 연합뉴스
광복 63주년과 정부 수립 60주년인 15일을 맞아 보수단체와 진보단체가 각각 기념행사를 열었다.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진보단체의 8·15기념대회(왼쪽)와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건국 60주년 기념행사. 연합뉴스
뉴라이트 “이승만 재평가” 진보연대 “민족 자주” 갈라져 집회

광복 63주년,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은 15일 서울 도심에서는 보수와 진보 진영의 대규모 집회가 각기 열렸다.

양쪽 모두 8·15 광복절을 기념한다는 취지였지만 이들의 주장과 집회 내용은 서로 달랐다.

뉴라이트전국연합과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 단체는 오전 11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8·15 기념 ‘이승만 건국대통령에 대한 범국민 감사 한마당’ 행사를 열었다.

참가자 100여 명은 태극기와 함께 ‘이승만 건국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가 금메달 주인공입니다’ 등이 적힌 현수막을 높이 흔들었다.

연사로 나온 구국 과격불법 촛불시위 반대 시민연대 운영자인 이세진 씨와 곽민호 씨는 “그동안 광복의 8·15는 있었어도 건국의 8·15는 없었다”며 “좌파 10년 동안 가려졌던 대한민국 건국사를 바로잡는 데 젊은이들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77) 박사도 “그동안 진실을 보는 눈을 잃었었다”며 “‘이승만 독재’로 표방되는 부정적 사관과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진보연대 등 진보 단체로 구성된 ‘8·15 민족통일대회 추진위원회’는 오후 4시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3700명(경찰 추산)이 모인 가운데 ‘8·15 기념대회’를 열고 정부 주최의 ‘건국 60주년 행사’를 비판했다.

이들은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흔들며 ‘당당한 내 나라, 통일된 내 나라’, ‘이명박 퇴진, 국민 주권 지켜내자’라고 쓰인 피켓을 흔들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쇠고기 전면 재협상 △민족 자주 실현 △6·15 공동선언 실천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요구했다. 또 “정부는 진보 진영에 대한 탄압과 민생 경제 파탄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의 100번째 촛불집회는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산됐다.

경찰이 서울광장 일대를 봉쇄하자 시위대 5000여 명은 오후 7시경 서울 중구 한국은행 근처에 모여 도로를 점거했으나 경찰이 검거에 나서자 흩어져 이 중 일부가 종로2가 명동 을지로 등으로 몰려다니며 밤늦게까지 게릴라성 시위를 계속했다.

한편 정부가 광복절 경축행사로 이틀간 서울 광화문 일대의 도로를 통제한 데다 각종 기념행사와 시위대의 도로 점거까지 겹쳐 도심 일부 구간은 교통이 매우 혼잡했다.

경찰은 14일 오후부터 16일 새벽까지 광화문 앞∼세종로사거리, 세종로사거리∼태평로 등의 도심 교통을 통제했다. 경찰은 ‘교통 통제 사전예고제’를 시행했지만 우회도로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안내표지판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15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주변에서는 진보 단체가 주최한 ‘8·15 기념대회’가 열려 이화사거리∼혜화로터리 구간의 정체가 계속됐다. 오후 7시경부터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해 도심 일대에선 극심한 교통 혼잡이 계속됐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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