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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8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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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의 성(性)을 부모에게 가르쳐 줄 수 없도록 규정한 의료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1987년 관련 규정이 제정된 지 21년 만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송두환 재판관)는 31일 태아 성별 고지로 면허 정지 처분을 받은 산부인과 의사 등이 “태아의 성별을 부모에게 알려줄 수 없도록 한 의료법 조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8 대 1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9명의 재판관 중 8명이 위헌 의견을 냈고 1명이 합헌 의견을 냈으며 위헌 의견 재판관 중 5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헌법소원이 제기된 옛 의료법 19조의2 2항은 20조 2항으로 개정됐기 때문에 헌재는 이 조항을 내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고 그때까지 현행 법률의 효력은 유지된다고 선고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따라 이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될 것으로 보이며 연간 34만 건 정도로 추정되는 태아 낙태도 다소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재판부는 “태아 성별 고지를 금지한 관련 조항은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를 방지해 성별 비례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법을 만든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낙태가 불가능한 임신 후반기까지 전면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또 “임신기간이 통상 40주라고 할 때 28주가 지나면 낙태 그 자체가 너무 위험해지기 때문에 이때는 태아의 성별을 부모에게 알리더라도 성별을 이유로 낙태할 위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헌법불합치
단순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법률의 공백으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입법기관이 특정 시점까지 법을 개정하도록 하면서 그 시점까지 현행 법률을 유지시키도록 하는 위헌 결정의 한 종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