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혼란 막아야” 표심 결집… 전교조 조직표 눌러

  • 입력 2008년 7월 31일 02시 55분


시간은 자꾸 가는데…30일 사상 첫 주민 직선으로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15.4%의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이날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 진행 요원이 시계를 보며 초조해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시간은 자꾸 가는데…
30일 사상 첫 주민 직선으로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15.4%의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하며 마무리됐다. 이날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 진행 요원이 시계를 보며 초조해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개표초반 朱후보에 뒤지다 1시간만에 역전

盧정부때 막혔던 ‘자율 - 수월성 교육’ 탄력

당초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투표율이 낮을 경우 조직력에서 앞서는 주경복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주 후보를 지원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민주노총 등이 강한 결집력으로 고정표를 낼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었다.

공 후보 측도 이 점을 인정하며 선거 막판 투표율 끌어올리기에 총력전을 펼쳤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공 후보가 교육감 재선에 성공하자 교육계 인사들은 ‘수월성 교육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생각보다 높았다’, ‘교육 정책 혼란에 대한 불안감이 보수 표심을 결집시켰다’는 반응을 보였다.

▽숨막힌 개표 레이스=오후 8시를 기해 투표가 종료되면서 25개 자치구마다 한 곳씩 마련된 개표소에는 속속 투표함이 도착했다.

후보는 6명이었지만 공 후보와 주 후보의 한 판 승부가 예상됐기 때문에 개표소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개표 초반 선두는 주 후보. 부재자 투표함이 먼저 열리면서 주 후보는 약 1시간 동안 근소한 차로 1위를 달렸다.

하지만 오후 9시를 넘어서면서 공 후보의 추격이 시작됐다. 공 후보 지지율이 높은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의 개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오후 10시부터는 공 후보가 주 후보를 5000여 표 차로 앞선 상태를 유지하면서 선두를 지켰다.

하지만 개표가 끝날 때까지도 두 후보의 표차는 크게 벌어지지 않아 양 후보 모두 손에 땀을 쥐었다.

▽불안한 유권자의 결집=낮은 투표율은 물론 그간의 여론 조사결과도 공 후보에게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

선거 초반에 한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주 후보가 선두를 달렸고, 이후 다른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는 공 후보가 앞서기는 했지만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적은 표차나마 공 교육감이 신승을 거둔 것은 평준화 교육에 대한 불만과 교육 혼란에 대한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교조의 지원을 받는 주 후보가 교육감이 되면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사사건건 충돌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막판에 공 후보 쪽에 표를 결집시켰다는 분석이다.

전교조가 교원평가제 저지에 앞장서고 특목고나 수준별 수업 같은 수월성 교육정책을 거부하는 것은 공교육 강화를 바라는 학부모의 바람과 거리가 멀었다.

권대봉(교육학) 고려대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유권자들이 교육 소비자로서 공교육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 나타났다”면서 “공교육 공급자들이 경쟁을 할수록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기대에 교육 당국이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인철 전교조 대변인은 “지난 4년간 서울 교육이 지나치게 경쟁으로만 내달린 측면이 강하다”며 “사교육비를 줄이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월성 교육 확산될 듯=공 후보의 재선과 교과부의 학교 자율화 조치가 맞물리면서 전반적인 교육정책 방향은 학력 신장 강화와 학교 다양화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교조 등의 반발로 교과부가 도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교원평가제의 경우 이를 적극 지지하는 공 교육감의 당선으로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형평성 교육을 강조한 참여정부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공 교육감이 추진하는 서술형평가 도입, 자립형사립고 설립 추진 등 각종 정책마다 사교육 조장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양측의 대립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도 컸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공교육 경쟁력 강화와 학교 다양화를 추진하는 등 수월성 교육 기조를 추구하고 있어 공 교육감이 추진하는 정책 방향을 무난히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3단계에 걸친 학교 자율화 조치를 통해 초중고교 교육에 대한 권한을 시도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넘기기로 해 교과부와 교육청의 갈등도 재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과부 장관의 포괄적 장학권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 등 2단계 학교 자율화 조치도 곧 추진될 계획이다.

교과부가 내년부터 전면 실시하고자 하는 교원능력평가제 입법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공 교육감은 부적격 교원을 퇴출시켜 교원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원평가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이는 교원평가를 인사나 퇴출과 연계시키지 말고 교원의 능력을 개발하는 도구로 활용하자는 교과부의 방안보다 한층 수위가 높은 것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박영대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박영대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