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반박하던 학생 불러내 훈계성 체벌
서울 경기상고의 이영생(53) 교사가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학생 정모(17) 군을 체벌했다”는 글이 체벌 장면을 담은 사진 3장과 함께 인터넷에 퍼지면서 서울시교육청은 3일 이 교사와 학교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했다.
본보는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3, 4일 해당 교사와 학생을 접촉하려 했으나 이 교사는 전화로만 인터뷰에 응했고, 정 군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 교사가 전하는 당시 상황은 이렇다.
이 교사는 지난달 25일 2학년 ‘국제상무(무역)’ 수업 시간에 경제신문에 실린 ‘광우병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란 기사를 인용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수업을 듣던 정 군이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내가 먹을 수 있잖아요”라며 강하게 반대 의견을 표시했고, 이 교사는 우리나라의 무역 현실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중요성 등과 연관시켜 수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래도 정 군이 계속 따지자 이 교사는 신문기사 내용을 그대로 읽어 주며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40억분의 1”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군은 “바로 그 40억분의 1이 내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교사는 정 군의 시각이 너무 치우쳤다는 생각이 들어 정 군을 교실 앞으로 불러내 계속 훈계했고, 이 과정에서 교실 바닥에 학생이 무릎 꿇도록 하고, 막대기로 허벅지를 두 차례 때렸다는 것.
이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 장면을 촬영할 사람은 손을 들어 달라’고 했고 한 학생이 휴대전화로 촬영했다”며 “내가 상업 교사로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찬성하고, 과거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처럼 극단적인 행동은 반대한다는 의미로 체벌 모습을 근거로 남겼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교사는 “공개적인 체벌과 체벌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도록 한 것은 잘못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정 군도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동료에게 사진을 찍으라고 하고 전학가라는 식으로 말한 게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