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교실에선 무슨 일이…

  • 입력 2008년 7월 5일 03시 04분


신문기사 인용하며 ‘광우병 확률’ 설명

계속 반박하던 학생 불러내 훈계성 체벌

서울 경기상고의 이영생(53) 교사가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학생 정모(17) 군을 체벌했다”는 글이 체벌 장면을 담은 사진 3장과 함께 인터넷에 퍼지면서 서울시교육청은 3일 이 교사와 학교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했다.

본보는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3, 4일 해당 교사와 학생을 접촉하려 했으나 이 교사는 전화로만 인터뷰에 응했고, 정 군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 교사가 전하는 당시 상황은 이렇다.

이 교사는 지난달 25일 2학년 ‘국제상무(무역)’ 수업 시간에 경제신문에 실린 ‘광우병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란 기사를 인용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수업을 듣던 정 군이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내가 먹을 수 있잖아요”라며 강하게 반대 의견을 표시했고, 이 교사는 우리나라의 무역 현실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중요성 등과 연관시켜 수입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래도 정 군이 계속 따지자 이 교사는 신문기사 내용을 그대로 읽어 주며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40억분의 1”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군은 “바로 그 40억분의 1이 내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교사는 정 군의 시각이 너무 치우쳤다는 생각이 들어 정 군을 교실 앞으로 불러내 계속 훈계했고, 이 과정에서 교실 바닥에 학생이 무릎 꿇도록 하고, 막대기로 허벅지를 두 차례 때렸다는 것.

이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 장면을 촬영할 사람은 손을 들어 달라’고 했고 한 학생이 휴대전화로 촬영했다”며 “내가 상업 교사로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찬성하고, 과거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처럼 극단적인 행동은 반대한다는 의미로 체벌 모습을 근거로 남겼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교사는 “공개적인 체벌과 체벌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도록 한 것은 잘못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정 군도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동료에게 사진을 찍으라고 하고 전학가라는 식으로 말한 게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