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동아일보 기자인데 어떻게 할까요" "죽여라"

  • 입력 2008년 6월 27일 17시 33분


본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가 26일 오후 11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서 취재를 하던 중 본사 사옥까지 끌려가면서 목과 허리를 집단 구타당했다. 시위대가 바닥에 실신해 쓰러진 변 기자를 재차 폭행하려하자 주변 사람들이 말리고 있다.   사진 제공 오마이뉴스 [연합]
본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가 26일 오후 11시 30분경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서 취재를 하던 중 본사 사옥까지 끌려가면서 목과 허리를 집단 구타당했다. 시위대가 바닥에 실신해 쓰러진 변 기자를 재차 폭행하려하자 주변 사람들이 말리고 있다. 사진 제공 오마이뉴스 [연합]
"이 사람이 동아일보 기자예요, 여기서 취재를 하겠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50대 남자가 시위대를 향해 고함을 쳤다.

"죽여라"

시위대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기자에게 달려들었다.

26일 밤 11시가 넘은 시간, 신문로 새문안교회 앞의 촛불 시위 현장.

본보 사진부 변영욱(37) 기자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현장 한가운데 있었다.

변 기자는 이날 저녁 시위대가 본사 광화문 사옥에 오물과 쓰레기를 투척하는 장면을 회사 로비에서 촬영한 뒤 현장에 나갔다.

시위대 중 그를 알아본 사람이 있었고, 그 중 한 명이 다가와 "당신 소속이 어디냐"라고 물었다. 변 기자는 "동아일보 기자"라고 밝혔다.

시위대의 드잡이와 폭행이 시작됐다.

이들은 변 기자의 카메라를 빼앗으려고 수십 차례 세차게 목을 잡아챘다. 변 기자는 이에 저항하며 승강이를 했다.

이번에는 얼굴을 수차례 때리고 땅바닥에 주저앉혔다. 다음은 숱한 발길질.

시위 군중 일부가 "비폭력, 비폭력"을 외치면 풀려났다가, 다시 시위 인파에 막히면 몰매를 맞아 쓰러지고 밟히기를 되풀이 했다.

시위대 중 2, 3명이 변 기자를 보호해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성을 잃은 시위대는 이들도 둘러싸고 멱살을 잡거나 위협을 가했다. 동아일보 사옥으로 돌아오는 약 1km 거리에서 이런 상황이 반복됐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배태호·이성환 동아일보 PD

변 기자는 결국 동아일보 사옥을 눈앞에 두고 탈진 상태가 돼 실신했다. 그가 빼앗기지 않으려 목에 걸고 놓지 않았던 카메라를 시위대는 끝내 탈취해 달아났다.

변 기자는 광대뼈, 앞니 손상과 온몸에 타박상을 입었고 CT촬영 및 MRI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변 기자는 "몸보다는 마음이 더 아프다"며 "사회가 하루 빨리 정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 기자가 폭행을 당할 때와 본사 앞에서 쓰러졌을 때, 주위에 있던 경찰이나 전경들은 아무도 시위대를 제지하지 않았고, 그를 보호하거나 부축하지도 않았다.

한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라고 밝힌 한 여성이 27일 새벽 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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