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언어영역/비문학(1)

  • 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7분


《몇 년 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비문학의 비중이 문학보다 높아졌다. 비문학과 문학의 문항수와 배점을 보면, 2008학년도 수능에선 비문학이 21문항(41점)으로 문학과 4문항 7점 차를 유지하면서 더 비중이 주어졌다. 비문학 지문은 인문·사회, 과학·기술, 문학·예술, 생활·언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적으로 가치 있는 글을 선정해 출제한다. 예전엔 과학 지문만 출제하던 것이 2006학년도 수능부터 기술 지문이 추가돼 이공계 강화정책과 보조를 맞추었다.》

비문학 정복 ‘무기’는 신문… 문단별 요지 찾기 연습!

<표1> 비문학의 빈출 유형 10
순위문제 유형
1핵심 정보의 파악
2세부정보의 파악
3전개방식의 파악
4정보의 추리
5관점 및 태도의 추리
6구체적 사례의 적용
7주장과 근거의 타당성 평가
8적절한 해석 및 수용의 평가
9다른 영역에의 적용
10어휘의 의미 파악

최근 기출문제를 보면 비문학 분야의 출제는 나름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문은 실제 생활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내용을 다루되 길이는 대체로 짧아지고 있고, 문제 유형이 단순화되면서 정보나 자료에 대한 이해를 평가하기보다 추론·종합·적용능력을 평가하는 문항이 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다.

4일 실시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는 비문학에서 다소 까다로워 수험생들이 부담스러워했다. 가채점 결과를 봐도 비문학 부문의 정답률이 문학 부문보다 6% 내외로 낮았다. 학생들이 그만큼 비문학을 어려워한다는 예기다.

■ 비문학에 대한 오해와 진실

4일 평가원 모의평가가 끝나자 인터넷 게시판은 이번 시험에 대한 수험생들의 평가 열기로 뜨거웠다. 비문학 지문에서 배경지식이 필요한 문항들이 있어서 평가원 문제답지 않았으며, 지엽적인 사항을 묻는 문제도 예전 수능에 비해 많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다소 섣부른 판단이다. 설령 그렇다 해도 이는 평가원의 출제지침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일부 학원 강사를 중심으로 ‘수능은 시사적인 사고를 평가하는 시험으로 배경지식은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진리처럼 전달되고 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물론 수능 지문이 논리적, 과학적, 사실적 독해를 요구하는 것은 맞다. 그리고 선입견에 의한 오독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독해란 무엇인가. 글의 의미를 이해하고 해석해 어떤 반응을 얻어 내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배경지식의 역할은 중요하다.

어떤 글이든 독해의 원칙과 절차는 다음과 같다.

<표2> 독해의 절차
순서절차
1판독(判讀): 음성 부호의 해독-사전적, 축자적 의미 파악
2이해(理解): 문맥적 의미 파악=지각(知覺)
3해석(解釋): 경험과 배경 지식(스키마)의 관여, 심층적 의미 파악, 통합(統合), 의미의 재구성
4반응(反應): 글의 내용 평가, 의미를 내포적으로 읽기(상징적 의미)

수능에 제시된 지문을 독해할 때에는 반드시 배경지식(Schema)이 필요하다. 배경지식이 풍부하면 그만큼 비문학 지문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학원가나 출판계에서는 ‘구조독해’, ‘유형독해’라는 명칭을 단 강좌나 책이 유행하고 있다. 이것이 문제풀이에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독해기술이라고는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사실 그렇게 특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 독해법은 ‘특별해 보이지만 특별하지 않은’ 방법을 잘 포장한 것이다. 수험생들도 열심히 독해연습을 하고 지문을 읽으면 학원 강사처럼 할 수 있다. 바로 ‘꾸준한 독서와 주제 찾기’가 그 비결이다.

비문학을 어떻게 대비할지에 대해서는 평가원 발행 책자에 잘 나타나 있다.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학습방법안내(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 탑재)]에는 다음 내용이 들어 있다.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학습 방법 안내] 발췌

다.학습방법

읽기(비문학)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글을 접하여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배경 지식을 넓히고, 어휘력을 신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주어진 시간 내에 많은 양의 지문을 읽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므로, 교과서와 교과서 외의 글을 폭넓게 읽고 다양한 대상과 개념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 읽기(비문학)에서는 인문, 사회, 과학, 기술, 예술, 생활, 언어 등의 분야에 대한 지문이 제시된다.

① 글에 제시된 정보를 정리하며 읽는 습관 갖기

② 평소 글을 읽을 때 글의 내용을 사실적으로 파악하며 꼼꼼하게 읽는 습관 갖기

③ 폭넓고 다양한 독서를 통하여 인문, 사회, 과학, 기술, 예술, 생활, 언어 등의 분야에서 다루는 기본 개념이나 대상을 이해하기

④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글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상황과 연계하여 이해하기

⑤ 글의 내용, 내용의 전개 방식, 표현의 적절성에 대하여 비판하며 읽기

⑥ 글을 읽을 때 모르는 어휘는 사전을 찾아보거나 문맥을 통하여 의미를 파악하기

⑦ 글의 내용과 관련하여 백과사전, 책, 인터넷 등을 활용하여 개념과 기능 파악하기 등

평가원의 설명에 따르면 오늘부터라도 신문이나 언어영역 참고서를 붙잡고 문단별 요지를 찾아가는 연습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비문학 독해의 답이다. 이 글에서도 학원에서 언급하는 독해 전략이 일부 언급되겠지만 그것은 최소한의 ‘요령’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 비문학, 무엇을 평가하나

수능 출제매뉴얼에 따르면 언어영역 시험은 그 목적과 본질상 다양한 교과, 학문 영역의 통합을 추구한다. ‘인문·사회’ 지문은 역사 철학 종교 윤리 정치 경제 사회 인류 법 지리 언론 환경 등 인간의 본질과 사회 현상에 대한 탐구와 설명이 목적인 텍스트를 다룬다. ‘과학·기술’ 지문은 자연 현상 및 수리(數理), 실용적인 기술에 대한 탐구와 설명이 목적인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학 의학 공학 농학 등의 텍스트를, ‘문학·예술’ 지문은 음악 미술 연극 영화 공예 미학 등 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과 예술 형식에 대한 탐구와 설명이 목적인 텍스트를 다룬다. ‘생활·언어’ 지문은 언어 그 자체와 언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일상생활 및 문화 현상에 대한 탐구와 설명을 목적으로 하는 언어와 기호, 국어의 특징, 의사소통, 매스컴, 일상 대화 등의 텍스트를 주로 다룬다.

수능은 우선 ‘사실적 사고능력’을 측정한다. 이는 언어로 표현된 말이나 글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과 사실에 맞게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둘째, ‘추론적 사고능력’이다. 이는 언어 표현과 이해 과정에서 추론을 통해 좀 더 깊고 수준 높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셋째, ‘비판적 사고능력’이다. 언어 표현과 이해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준거에 의해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그 정당성이나 적절성 또는 가치 및 우열에 대해 평가하는 능력이다. 넷째, ‘창의적 사고 능력’으로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 맞게 어떤 언어 자료를 변형하거나 새롭게 표현하는 고차적인 언어활동이다.

〈표3〉 비문학 예시문항

정부나 기업이 사업에 투자할 때에는 현재에 투입될 비용과 미래에 발생할 이익을 비교하여 사업의 타당성을 진단한다. 이 경우 물가 상승, 투자 기회, 불확실성을 포함하는 할인의 요인을 고려하여 미래의 가치를 현재의 가치로 환산한 후, 비용과 이익을 공정하게 비교해야 한다. 이러한 환산을 가능케 해 주는 개념이 할인율이다. 할인율은 이자율과 유사하지만 역으로 적용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의 이자율이 연 10%라면 올해의 10억 원은 내년에는 (1+0.1)을 곱한 11억 원이 되듯이, 할인율이 연 10%라면 내년의 11억 원의 현재 가치는 (1+0.1)로 나눈 10억 원이 된다.

공공사업의 타당성을 진단할 때에는 대개 미래 세대까지 고려하는 공적 차원의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이를 사회적 할인율이라고 한다. 사회적 할인율은 사회 구성원이 느끼는 할인의 요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이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래서 시장 이자율이나 민간 자본의 수익률을 사회적 할인율로 적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시장 이자율은 저축과 대출을 통한 자본의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되는 값이다. 저축을 하는 사람들은 원금을 시장 이자율에 의해 미래에 더 큰 금액으로 불릴 수 있고, 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시장 이자율만큼 대출금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다. 이때의 시장 이자율은 미래의 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의 할인율로도 적용할 수 있으므로, 이를 사회적 할인율로 간주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한편 민간 자본의 수익률을 사회적 할인율로 적용하자는 주장은,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 공공사업에 투입될 자본이 민간 부문에서 이용될 수도 있으므로, 공공사업에 대해서도 민간 부문에서만큼 높은 수익률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 이자율이나 민간 자본의 수익률을 사회적 할인율로 적용하자는 주장은 수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우선 ㉠공공 부문의 수익률이 민간 부문만큼 높다면, 민간 투자가 가능한 부문에 굳이 정부가 투자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장 이자율이나 민간 자본의 수익률이, 비교적 단기적으로 실현되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 시장에서 결정된다는 점이다. 반면에 사회적 할인율이 적용되는 공공사업은 일반적으로 그 이익이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난다. 이러한 점에서 공공사업은 미래 세대를 배려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이념을 반영한다. 만일 사회적 할인율이 시장 이자율이나 민간 자본의 수익률처럼 높게 적용된다면, 미래 세대의 이익이 저평가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할인율은 미래 세대를 배려하는 공익적 차원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45. ㉠이 전제하고 있는 것은?

① 민간 투자도 공익성을 고려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② 정부는 공공 부문에서 민간 투자를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③ 공공 투자와 민간 투자는 동등한 투자 기회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④ 정부는 공공 부문에서 민간 자본의 수익률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⑤ 정부는 민간 기업이 낮은 수익률로 인해 투자하기 어려운 공공 부문을 보완해야 한다.

―2008학년도 수능 45번 문항 발췌

■ 수능으로 논술까지

비문학을 잘하면 자동으로 논술 대비까지 할 수 있다. 이는 두 시험 모두 고교 교과과정과 교과서에서 출제하는 시험이기에 가능하다. 논술과 수능은 평가의 형식이 다를 뿐 다루는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수능이 주어진 보기 가운데 고르는 선택형인 데 반해 논술은 서술형이라는 차이가 있다. 특히 사회나 인문 제재는 바로 논술의 제시문이 될 수 있으므로, 공부하는 대상은 그대로 두고 방식만 바꾸면 수능 공부는 그대로 논술 공부가 된다. 다음 주부터는 비문학 분야의 구체적인 독해 원칙(전략)을 공부해 보자.

이만기 엑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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