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파업 싫다는 현장 勞心 짓밟는 민노총

  • 입력 2008년 6월 17일 23시 22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내건 현대자동차 노조의 총파업안이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는데도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기로 해 현장 근로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노조 홈페이지에 “고유가 등으로 어려운 시기인데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에 꼭 총대를 메야 하느냐”면서 지도부를 질타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온갖 구실로 파업이 정당하다고 강변했지만 현장에서 땀 흘리는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권익과 무관한 불법 정치파업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다음 달 2일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총파업 찬성률이 대상 노조원 대비 30%대에 그쳐 법적 요건인 과반 찬성을 충족시키지 못했는데도 막무가내다. 제대로 된 노조 집행부라면 파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조합원들에게 거부당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투표자의 과반이 찬성했으니 통과된 것”이라며 법규를 아예 무시해버린다. 이들에겐 법이 무의미해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26, 2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다시 할 계획이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대학원장은 “현장 조합원의 목소리와는 동떨어진 의사결정을 하는 한국 노조 지도부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이제 ‘일하는 조합원’들이 오로지 파업을 일삼으며 호의호식하는 ‘직업 노조꾼’들을 버릴 때다.

현장에서 묵묵히 노동의 가치를 키우는 다수 근로자와 노조를 정치투쟁의 도구로 삼는 일부 노동귀족을 분리하는 것이 한국 노동운동이 살 길이다. 오늘부터 파업을 철회하기로 한 한국노총 건설기계노조처럼 민주노총 산하 건설기계노조도 파업을 마무리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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