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이사람/시각장애 헌혈왕 김병식 씨

  • 입력 2008년 6월 17일 07시 31분


“앞을 볼 수는 없지만 헌혈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몰라요.”

1급 시각장애인인 김병식(64·광주 서구 상무동) 씨는 11일 광주 동구 충장로 헌혈의 집을 찾았다.

앞이 보이지 않아 집에서 헌혈의 집까지 찾아가는 데 2시간 넘게 걸렸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헌혈대 위에 누웠다. 1988년부터 헌혈로 ‘생명나눔’을 시작한 김 씨는 이번 헌혈이 233회째.

김 씨는 1982년 시력을 잃었다. 1978년 교통사고로 아내와 셋째 아들을 잃고 시름에 빠져 술을 마시며 방황하다 평소 좋지 않았던 시력이 더욱 나빠져 시각장애인 1급 판정을 받았다.

1984년부터 주위의 권유로 성당에 나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망가졌던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았다.

그는 신자로서 보람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헌혈 봉사를 하게 됐다. 이제 헌혈은 삶의 일부가 됐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 헌혈의 집까지 가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김 씨는 “콜택시를 불러 다녀오기도 하지만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때는 가끔 헤매다 헌혈의 집에 도착하는데 3시간이 넘게 걸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봉사의 열정으로 매번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헌혈정년’인 65세까지 헌혈을 할 생각이다.

김 씨는 “눈이 멀었을 뿐 다른 신체는 건강하기 때문에 혈액을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싶다. 헌혈도 내년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다른 봉사의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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