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은 커녕 5년 앞도 못내다봤다

  • 입력 2008년 6월 4일 03시 02분


서울 장원중은 2003년 서울 장충여중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했으나 남녀학생 수용계획 차질로 다시 장충여중으로 학교 이름이 바뀔 처지에 놓였다.

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공립학교인 장충여중은 2003년 남학생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돼 남녀공학인 장원중(중구 신당2동)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학생수용 계획 예측이 빗나가 여학생 비율이 높아져 80%에 이르고 있다. 현재 장원중은 전교생 713명 가운데 여학생이 542명(76%), 남학생이 171명(24%)이다.

여학생 비율은 3학년 72%, 2학년 75%, 1학년 81%이며 특히 1학년은 한 반에 여학생 25명, 남학생 5, 6명일 정도로 여학생 비율이 높다.

이 때문에 이 학교에서는 남학생이 적어 매년 반을 편성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학생을 모든 반에 편성하면 반마다 남녀 비율 차가 크게 나기 때문에 짝수 반에만 남학생을 배치하고 있다. 이 바람에 남학생이 한 명도 없는 반이 있다.

또 남녀공학이 되면서 여자 화장실의 반을 남자 화장실로 바꿨기 때문에 여학생들은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 앞에서 장사진을 치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남학생들이 여학생의 내신 성적이 좋아 스트레스를 받고 남자친구가 적다고 고충을 호소한다”면서 “실제 일부 학부모는 주소를 옮겨 아들을 다른 곳으로 전학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순종 서울시교육위원은 “2003년 당시 유인종 교육감 시절 무리하게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면서 불과 5년 앞을 못 내다보는 교육행정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장원중의 성비 불균형 문제는 △중구 신당1∼6동 △황학동 △광희동 △장충동 등 중부교육청 관내 3학교군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현상”이라며 “이 지역에 대경중 장충중 한양중 등 남자 사립중이 많아 심각한 성비 불균형이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장원중을 장충여중으로 다시 바꾸려면 서울시 초중고교 설치 조례에 따라 시교육위원회와 시의회에서 심의를 거쳐야 한다. 장원중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여학교로 전환하면 별도의 심의 없이 교육감 재량으로도 가능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갑자기 여학교로 전환하면 남학생들이 한꺼번에 전학가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3년의 기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전환한다면 현재 남아 있는 남학생이 모두 졸업한 후에 전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 전체 중학생의 성비는 남학생 53%, 여학생 47%이며, 전체 368개 중학교 가운데 남학교 49개, 여학교 47개, 남녀공학은 272개교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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