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공개 입후보-정견 발표 거쳐 의장단 뽑자”

  • 입력 2008년 6월 3일 06시 40분


이달 말부터 전국 지방의회에서 일제히 실시되는 후반기 의장단 선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지방의회는 의장단 입후보자 없이 투표권자가 한 장의 투표용지에 자신을 포함한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한 명에게 기표하는 방식으로 선출된다. 로마 교황청의 교황 선출 방식과 유사해 ‘교황식 선출 방식’으로 불리고 있다.

민주노동당 소속 울산시의원들의 의정연구모임인 ‘울산시민과 함께하는 풀뿌리 의정포럼’은 최근 울산시의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시의회의 첫 개혁과제로 의장단 선출 방식을 꼽았다.

토론회 주제발표를 한 울산대 유종선(정치외교학) 교수는 “이른바 교황식 선출 방식은 담합 등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양심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됐을 때만 유효하기 때문에 민주적 선거방식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선출 방식으로 광주시교육위의 담합 각서 사건과 충북도의회 의장선거 금품수수 사건, 의장-상임위원장 상호 지원 담합,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의 특정 정당 독식 등의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개 입후보와 정견 발표 등의 민주적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노당 윤종오 울산시의원도 “현행 의장단 선거는 출마자가 누구인지, 어떤 정책으로 의회를 이끌어 갈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를 하는 가장 비민주적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경남도의회 강갑중 의원도 최근 “현행 교황식 선출 방식은 후보의 능력과 자질보다는 친소관계에 의한 투표, 줄 세우기와 밀실 거래 등으로 의회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릴 수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의회 김기환 운영위원장은 “울산시의회는 전체 의원이 19명에 불과한 데다 출마 후보자들이 한 달여 전부터 기자회견이나 시의원 개별 접촉 등을 통해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며 “의장단 선출 방식 변경을 위해 그동안 세 차례나 투표했지만 모두 부결됐기 때문에 다시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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