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뒤집어읽기]교육 평등은 실현될 수 있을까?

  • 입력 2008년 4월 14일 03시 00분


고교평준화… 내신등급제… 수많은 장치 뒀지만

‘서울대 입학률 20배 격차’는 왜 생길까

○ 생각의 시작

몇 년 전 서울 교외에서 한의원을 하는 후배가 필자에게 상담을 해 왔다. 큰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는데 아무래도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는 제대로 된 입시교육을 받기가 어려울 듯하니 더 늦기 전에 서울 강남으로 이사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아이의 대학 진학과 관련된 이런 유의 고민에서 자유로운 학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명문대학, 인기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자식의 미래에 매우 큰 영향을 주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어떤 환경에서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그 결과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교육 평등이 실현될 수 있는가’라는 논점에서 생각해 보자.

“기능론의 입장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부분적인 요소인 하위 체계가 사회 전체를 통합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가족, 종교, 학교, 군대 등은 하나의 유형화된 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 구조들은 사회 전체를 유지하고 통합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본다. 즉, 전체 사회를 구성하는 부분 요소들은 잘 통합된 구조를 형성하면서 서로 상호 작용하는 가운데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고 가정한다.”[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 교과서에서는… ① 구조 기능주의

기능주의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보면 교육은 사회의 안정과 통합에 기여한다. 학교는 사회가 요구하는 기술, 지식과 공동체 의식을 전수한다. 학교 교육이 기술훈련을 통하여 국가의 경제성장과 발전, 그리고 인간의 자아실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학교 교육을 통해 사회구조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으며 사회적 평등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교육 기회의 균등화를 통하여 삶의 기회를 공평하게 해줄 수 있다는 의미에서 교육이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교육 기회의 균등을 목표로 수립된 것이 고교 평준화 정책이다. 현재 고교 평준화는 서울과 6대 광역시를 비롯해 16개 시에서 실시하고 있다. 대학 교육을 받을 기회를 모든 인문계 고교와 실업계 고교 그리고 특수목적고에 고르게 주기 위해 고교 입시 폐지, 내신등급제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교과목당 이수단위를 정하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 내용에도 규제를 두었다. 교육 평등을 통해 출생 당시 부모로부터 받은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자신의 능력에 따라 바꿀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즉, 교육을 통해 계층 이동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 교과서에서는… ② 갈등론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노력이 교육 기회의 균등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완화한다는 사회 통합적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까? 다음의 관점을 보자.

“사회적 갈등이 존재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부나 정치적인 권력, 사회적 명성 등 사회 구성원이 소유하고자 하는 자원이 희소하기 때문이며,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는 부분들이 서로 갈등 관계를 형성하고 갈등이 심화되면서 사회는 변동한다고 본다. 갈등론적 관점에서 사회구조는 사회적 자원의 불평등한 분배에 따른 지배와 피지배 관계의 구조이며, 따라서 구성요소들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구조이다.”[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갈등론의 관점에서 보면 교육은 기존의 사회적 위계질서를 공고히 하며,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양산한다. 즉, 학교는 기존 질서를 재생산함으로써 사회의 불평등을 영속화한다. 교육 기회의 형평성이라는 이념도 형식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교육 기회는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여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대학 진학률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사회에서 평등의 보루인 듯 보이는 교육이 실제로는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이 2005년 발표한 다음 연구 결과는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연구 대상: 1970학년도부터 2003학년도까지 서울대 사회과학대 입학생들)

“…고소득직군(일반 회사의 간부 포함) 아버지의 자녀 입학률은 기타 그룹의 입학률보다 20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 격차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학력 학부모를 가진 수험생의 입학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특히 대졸 학력 학부모를 가진 수험생의 입학률이 고졸 학부모를 가진 수험생의 입학률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추정되었다.”[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누가 서울대에 오는가’]

○ 초점을 정확히 잡아야 하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이 실질적인 평등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소득과 지역에 따라 교육 서비스가 차별적으로 제공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우선 학교 교육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이는 학교가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학교는 학생 개개인에 맞는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학습과정과 평가방법을 개발하여야 한다. 획일적인 잣대로 학생들을 평가해서는 교육 평등을 이룰 수 없다. 학생들 자신이 원하는 학습 환경에서 자신들이 가장 자신 있는 방법으로 경쟁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교육 평등이 실현된다.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대입전형 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 소득과 지역에 따라 학력의 차등이 존재하는 현실적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교육 소외 계층에 대한 합리적인 역차별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시행 중인 지역균형 전형, 내신성적 위주 전형, 장애인 특별 전형 등의 제도를 확대하여 경쟁의 공정성을 확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규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 교육의 기능이론과 갈등이론에 대한 더 상세한 읽을거리와 해설은 이지논술 홈페이지(easynonsul.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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