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대입논술 뛰어넘기]리더 교육과 논술 교육

  • 입력 2008년 4월 7일 02시 50분


비판적 사고… 논리적 표현…

논술은 바로 리더교육의 핵심

전문대학원 진학 생각한다면

중고등학생 때부터 일찌감치

논술 기초 다져야 하겠지요

대학 입학설명회에 다니다 보면 올해 들어 나타난 한 가지 변화를 느끼게 됩니다. 참석한 학부모들의 질문에 새로운 단골 메뉴가 추가된것입니다. 바로 “법학전문대학원에 가려면 어떤 과를 택하는 것이 유리한가?”라는 질문입니다. 입학처 상담직원에게만 질문하는 것이 아닙니다. 논술에 대한 해설을 마친 저에게도 슬며시 다가와 대입 논술이 아닌 법학적성시험(LEET) 논술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대학 입시로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학부모들에게도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인 것 같습니다.

부모들은 자녀가 우리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전문가로 자라기를 바라고, 나아가 리더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각종 전문대학원은 리더가 될 전문가를 제대로 길러내는 곳이고, 행정고시나 외무고시도 전문성을 가진 리더를 선발하기 위한 시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전문대학원 시험이나 고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런데 이런 관심을 가진 학부모라면 중·고등학교 논술 교육부터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논술 교육이야말로 리더 교육의 핵심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리더는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할까요? 리더가 갖추어야 할 능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버전의 대답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만 살펴볼까요? 리더가 가져야 할 능력을 네가지로 정리한 버전입니다. 그 네가지는 바로 △비판적 사고능력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 △경영관리능력입니다.

우선 리더에게는 비판적 사고능력(critical thinking)이 필요합니다. 리더는 무엇보다도 주어진 정보와 의견들을 하나하나 검토하여 어떤 것이 타당하고 적절한 대안인지를 따져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주장을 무조건 배제하거나 받아들여서는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사소하거나 편협한 주장이라도 그것이 가진 긍정적 측면은 없는지, 또 당연한 듯 다수의 지지를 받는 주장일지라도 부정적 측면은 없는지 꼼꼼히 따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 리더는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을 갖추어야 합니다. 리더는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꼭 필요합니다. 타인의 의견을 정확하게 듣고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하여 설득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논쟁할 수 있는 능력 없이는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리더가 될 수 없겠지요. 그래서 일방적으로 군림하고 지시하는 보스(boss)가 아니라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조건입니다.

세 번째는 문제해결능력(problem solving)입니다. 비판적 사고와 의사소통은 사적인 차원에서도 이루어집니다. 직장인들은 퇴근 후 식사 자리에서 회사의 최근 문제가 무엇인지 따지고, 상사의 단점이 무엇인지 마음껏 비판하며 의사소통합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회사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데 쓰이지 않고 스트레스 푸는 수준에서 그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리더는 이런 문제의식과 소통의 과정을 실제 문제해결로 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의 성격을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요소를 활용하고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마지막은 경영관리능력(management)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들을 소통시키면서 화합하여 이끌어갈 수 있는 관리능력이 필요합니다. 동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은 리더의 필수 덕목입니다.

네가지 능력 중 경영관리능력은 특히 인성과 관련된 것입니다. 그래서 중등교육에서 인성교육, 도덕교육과 직결되고 논술교육과는 간접적으로 관계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나머지 세 가지 능력은 논술 교육과 직결되는 항목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논술 교육은 일차적으로는 △분석적 이해 △비판적 평가 △창의적 적용 △논리적 표현의 네 가지 능력을 배양하는 교육입니다. 주어진 텍스트를 분석적으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여 받아들인 다음, 필요할 때 이를 창의적으로 적용하는 사고 능력을 기릅니다. 또 이렇게 이해하고 평가하고 적용한 내용을 말이나 글로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훈련합니다.

비판적 평가 능력은 비판적 사고의 핵심 요소입니다. 분석적으로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의사소통능력의 토대가 됩니다. 창의적 적용 능력은 문제해결 능력의 본질입니다. 결국 논술 교육은 리더 교육의 주요 영역이 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자녀를 전문성을 갖춘 리더로 기르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에게 한 가지 분명한 답이 나옵니다. 대학 입학 후에 전문대학원 시험이나 고시를 준비할 것이 아니라, 중·고등학교 때부터 논술 교육을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시행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답 말입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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