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성 교수의 소비일기]종류 다양한 달걀, 믿을 수만 있다면…

  • 입력 2008년 3월 26일 02시 50분


《장을 보러 나가는데 어머니께서 달걀도 사오라고 하십니다. 어머니께서는 언제나 아파트 앞에 매주 서는 장에서 30개짜리 달걀 한 판을 사다 놓으시곤 했는데 마침 떨어졌네요. 그러면서

덧붙이십니다. “아이고, 슈퍼에서는 비쌀 텐데….”

제가 “달걀 값이 뭐 그렇게 차이 나겠어요?” 하며 나섰습니다. 그런데 슈퍼마켓 달걀 코너에 가보니, 아니 왜 이렇게 달걀의 종류가 많습니까?

이른바 품질이 우수하다는 비싼 달걀이 처음 등장한 것이 10여 년 전인 것 같은데, 어느새 슈퍼의 한 구석을 전부 차지할 정도로 상표가 다양해졌습니다. 》

녹차에 유황에, 먹인 사료도 다양하고. 게다가 다들 대단한 작명이 동원됐습니다. ‘목초를 먹고 자란 건강한 닭이 낳은 달걀’ ‘신선해서 참 좋은 계란’ ‘아침에 낳은 영양란’ 등.

일단 가장 싼 달걀을 찾았습니다. 10개에 3000원쯤 하더군요. 그 옆에는 간편하게 6개만 포장한 것이 있습니다. 들고 가기도 편할 것 같아 사려고 보니, 값이 거의 10개짜리와 같습니다. 그리곤 ‘해조류를 먹여서 키운 닭이 낳은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 인삼을 먹인 닭이 낳은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도 쉽게 사먹기 힘든 인삼을 어떻게 닭에게 먹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또 그 옆엔 ‘왕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름처럼 아주 큼지막합니다.

어, 아주 눈에 띄게 화려한 포장이 있습니다. ‘프리미엄’이라는 단어에 금색 상표가 떡 붙은 것이 보기에도 대단해 보입니다. 그러나 값이 4000원이나 됩니다. 아니, 달걀 한 알에 거의 650원이네요.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여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사오시는 달걀은 얼마씩이에요?”

“한 판에 어떤 때는 5000원, 또 어떤 때는 4500원 그렇지.”

세상에, 그럼 한 알에 150원쯤이니 조금 전에 본 특별한 달걀은 그 4배나 되는 거네요. 얼마나 품질이 다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은 몰랐습니다.

하긴 예전에 제가 학교 다닐 때는 단 한 가지 종류이던 운동화도 요즘은 셀 수 없이 많아졌네요. 공급 과잉의 시대에 생산자마다 소비자에게 하나라도 더 판매하려다 보니 상품은 계속해서 다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품질이 다양해지는 만큼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고. 그 덕에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선택이라는 고민을 해야 하고! 그나저나, 요즘 먹을거리와 관련해 별별 일이 다 벌어져서인지 ‘인삼을 먹이든, 유기농 사료만 먹이든 최소한 우리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기만 해도 좋겠다’ 싶은 생각이 간절하게 듭니다.

서울대 생활과학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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