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와 통화 대학선배 조사

  • 입력 2008년 3월 21일 02시 58분


집 화장실 쇠톱서 다른 남자 혈흔과 체액 검출

정씨, 살해장소 “집에서”→“골목에서” 또 바꿔

안양 초등학생 실종피살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피의자 정모(39) 씨의 집과 범행에 이용된 톱에서 서로 다른 남성의 혈흔과 체액을 찾아냈다. 정 씨가 다른 범행을 저질렀는지, 공범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중이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20일 “정 씨 집 화장실에서 정 씨가 아닌 남성의 혈흔 1점이 확인됐다. 시신을 토막 내는 데 사용한 톱의 손잡이에서도 다른 남자의 체액이 검출됐다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통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혜진(10) 양 등이 실종된 지난해 12월 25일 오전 정 씨와 만났다고 알려진 정 씨의 대학 선배 A 씨를 조사했다.

A 씨의 집과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그는 두 어린이가 실종된 날 오후 10시경 정 씨와 휴대전화로 통화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정 씨 집에서 발견된 남성의 혈흔 및 체액의 DNA는 A 씨의 것이 아니었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지만 아직까지는 공범이나 추가 범행이 있다고 할만한 결정적 단서가 없다”고 밝혔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당일) 오후 6시경 담배를 사러 가던 중 골목길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어깨를 손으로 만지자 갑자기 소리쳤다. 부모에게 이를까 봐 양손으로 코와 입을 막고 벽으로 밀어붙여 죽였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한 명을 먼저 집으로 옮기고 다른 한 명은 쓰레기 더미에 숨겨놓았다가 옮긴 뒤 버리기 쉽게 토막을 냈고, 플라스틱 김치통에 담아 버렸다”고 말했다.

19일 영장실질심사 때 정 씨는 “반항하는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가 목 졸라 죽였다”고 설명했다. 범행 동기를 감추기 위해 정 씨가 계속해서 진술을 바꾼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정 씨는 1998년 자신이 좋아하던 이모(당시 27세·여) 씨가 만나주지 않자 행패를 부리다가 옆에서 말리는 이 씨의 남자친구 강모(당시 26세) 씨를 때린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정 씨는 강씨에게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힌 뒤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한편 경기 의왕시 왕송저수지에서 숨진 채 19일 발견된 여성은 경기 화성시에 사는 이혼녀 박모(38) 씨로 밝혀졌다.

박 씨에 대한 실종신고가 접수되지 않았고 손가락 지문이 모두 훼손된 점으로 미뤄 주변 인물에 의해 살해됐다고 보고 경찰이 수사하는 중이다.


▲ 영상 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안양=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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