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학교에 마을도서관을]함양 서상초교 도서관

  • 입력 2008년 2월 21일 03시 00분


14일 경남 함양군 서상면 대남리 서상초교 2층 도서관에서 ‘우리 아이 즐거운 책읽기 어떻게 도와줄까’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이가령 경희대 평생교육원 교수. 함양=염희진 기자
14일 경남 함양군 서상면 대남리 서상초교 2층 도서관에서 ‘우리 아이 즐거운 책읽기 어떻게 도와줄까’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이가령 경희대 평생교육원 교수. 함양=염희진 기자
“책이 수면제인 엄마, 어린이 책부터”

“한 엄마가 오랜만에 책을 읽고 있었대요. 그런데 주위를 기웃거리던 딸이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엄마, 치킨 시켜?’ 그랬대요. 아이의 눈에는 치킨 주문을 할 때 책자를 뒤적이는 게 엄마의 유일한 독서 행위였던 거죠. 책 두 페이지가 수면제인 우리 엄마들, 쉬운 어린이 책부터 읽어 보세요.”

14일 오후 1시 경남 함양군 서상면 대남리 서상초교 2층 도서관. 학부모 30여 명이 연방 고개를 끄덕이며 강의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날 강의에는 이가령(52·여) 경희대 평생교육원 교수가 ‘우리 아이 즐거운 책읽기 어떻게 도와줄까’를 주제로 강의를 펼쳤다. 이 교수는 ‘시들시들한 글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글쓰기’ 저자로 EBS 라디오 ‘부모의 시간’ 독서교육 상담원으로 활동했다.

이번 특강은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대표 김수연), 본보, 네이버가 함께하는 ‘고향 학교에 마을 도서관을’ 99번째 개관식과 함께 이뤄졌다.

“여러분이 자식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있죠? 그럼 1만 권만 읽어 주세요. 지금 부모님이 조금만 수고하면 대치동 엄마들 절대 부럽지 않아요.”

이 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작심삼일”이라며 “자녀에게 3일마다 한 번씩 책 읽어 줘야겠다는 작심을 하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학부모 최명숙(39·여) 씨는 “생각해 보니 만날 애들에게는 소리만 질렀던 것 같다”며 “이제부터 잔소리는 줄이고 책 읽는 소리를 자주 들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뒤 열린 개관식에는 함양교육청 오일창 교육장, 한윤용 군의원과 학부모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개관식과 함께 서상마을은 책 읽는 마을로 거듭나게 됐다.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로부터 도서 3000권을 지원받았고 학부모들이 한데 모여 매주 1회 2시간씩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도 생겼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함양군, 함양교육청,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이 ‘책 읽는 선비의 고장 함양 만들기’ 협약을 체결해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지원받기도 했다.

독서 모임 대표인 이미경(40·여) 씨는 “시골마을에서 책을 구하려면 읍내까지 나가야 했다”며 “자연 환경에서만 뛰어노는 아이들이 지쳐 보였는데 남은 겨울을 책과 함께 따뜻하게 보내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함양=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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