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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23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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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라지는 대입 문답풀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2일 발표한 대입 자율화 방안에 따라 수십 년간 정부가 주도해 온 대입 정책은 이제 대학의 손으로 넘어가 큰 변화를 맞게 됐다.
대학이 학교 특성과 모집 단위에 따라 전형 요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학의 본고사 부활 가능성,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 축소에 따른 학교 교육 부실화, 영어능력평가시험을 위한 사교육 우려 등에 대한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달라진 대입 정책이 현장에 어떤 영향일 미칠지 문답으로 알아본다.
Q: 올해 당장 달라지는 것은….
A: “우선 논란이 된 수능 등급제가 사실상 폐지된다. 올해 고교 3학년은 등급 외에 백분위와 표준점수가 적힌 성적표를 받는다. 이제는 대학이 수능 학생부 논술 반영 비율을 마음대로 결정해도 된다.”
Q: 3년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갑자기 바꿔도 괜찮은가.
A: “인수위는 ‘등급제 보완 조치를 곧바로 적용해도 수험생의 학습에 큰 영향이 없고 오히려 방치하는 것이 더 혼란을 줘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일선 학교도 등급제의 문제점이 너무 많아 상세 정보를 주는 게 좋다는 반응이다.”
Q: 전형 요소를 정말 마음대로 반영할 수 있나.
A: “이론적으론 학생부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수능 또는 대학별 고사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해도 된다. 학생부만 반영해도 된다. 그러나 대학들이 대체로 △학생부 우수자 전형 △수능 100% 전형 △대학별 고사 우수자 전형 등 다양한 전형을 개발하면 수험생은 고르면 된다는 것이다.”
Q: 주요 대학이 학생부 반영을 외면하지 않을까.
A: “차기 정부는 대입 자율화에는 대학의 권한과 책무가 동시에 있다고 강조한다. 인수위는 올해 입시 결과부터 대학정보공시 항목에 소외계층 비율, 출신 고교 유형 및 특성, 전형별 학생 충원 현황을 공개해 다양한 선발을 유도하기로 했다. 자율권을 준 만큼 편파적인 신입생 선발을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다. 대학이 다양한 요소와 잠재력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입학사정관제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학들이 여전히 성적에 따른 학생 선발에 집착한다면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Q: 대입 자율화로 과학고나 외국어고 학생들의 내신 불이익이 완화될까.
A: “지금까지 정부가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일정 비율 이상 강요해 특목고 학생들이 불리했다. 속단하기 어렵지만 대학이 내신 반영비율을 자율 결정하면 상대적 불리함을 해소할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Q: 올해 중3 학생부터 수능 과목이 크게 줄어든다.
A: “2012학년도 입시부터 현재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 4과목, 제2외국어·한문 등 최대 8과목까지 치러야 했던 수능 과목이 5개로 줄어든다. 언어, 수리, 외국어는 그대로 유지하되 탐구 및 제2외국어·한문에서 2개 과목까지만 선택할 수 있다.”
Q: 왜 수능 과목을 줄이나.
A: “현행 입시제도가 수능 과목이 너무 많고 수능, 논술, 학생부를 모두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학습 부담이 심하고 사교육 규모도 커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학습을 줄여야 사교육비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Q: 수능 과목이 줄면 과연 사교육이 줄어드나.
A: “현장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과목이 줄어도 학습 부담이 크게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능 점수제가 있는 이상 사회, 과학 과목을 공부하지 않는 대신 언어, 수리, 외국어 공부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험 과목을 줄이는 대신 시험 과목의 문항 수와 시간을 늘리기 때문에 시험이 어려워질 수 있다. 사교육 대상 과목이 줄지만 시험 과목 위주의 심화 사교육이 성행할 수도 있다.”
Q: 기피 과목 교육이 부실해질 수 있는데….
A: “일선 고교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지금도 선택 위주의 제7차 교육과정 때문에 학생들이 어려운 과목은 기피하거나 이공계에 진학생이 수학, 과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는 현상이 있기 때문이다.”
Q: 수능에서 영어도 없어진다는데….
A: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대입을 치르는 2013학년도에는 수능의 외국어(영어) 시험이 학생용 상시 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된다. 이 경우 수능 과목은 4개로 줄어든다. 인수위의 취지는 현재 영어 교육 방식이나 수능 평가 방식이 실생활에서 필요한 영어 능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Q: 영어능력평가시험 도입에 따른 문제점은 없나.
A: “상시 영어능력평가시험 대비를 위한 사교육이나 수차례 응시함으로써 드는 비용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지금 어린 학생들이 토익이나 토플 등에 몰리는 것처럼 유·초등 단계부터 이 영어능력평가시험에 매달릴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또 영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나 환경에 따라 성적이 양극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Q: 본고사가 부활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A: “인수위도 올해 상반기 중에 대교협이 자율적인 본고사 규제 장치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법령을 개정해 대교협이 본고사 또는 본고사형 논술에 대해 심의나 권고 등의 기준을 만들도록 하고 이를 어기는 대학은 교육부에 제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것도 또 다른 가이드라인이란 비판이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iBT처럼 4개 영역(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평가 유력▼
■ 영어능력시험 어떻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올해 중학교 2학년이 고교 3학년이 되는 2013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외국어(영어)영역을 폐지하고 상시 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영어능력평가시험은 독해 위주의 교과서 공부에서 벗어나 실제 응용능력을 기를 수 있는 영어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초중고교 교육과정에서 영어교육 성취도 평가를 이 시험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영어능력평가시험은 국내에서 자체 개발하는 ‘한국판 토플’. 토플이나 토익처럼 문제은행식으로 운영되며 복수 응시할 수 있어 가장 좋은 성적을 수능 영어 대체 성적으로 내면 된다.
이주호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는 “응시 횟수는 1년에 4차례 이상일 수도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한국형 토익, 토플을 만들어 학생들이 상시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성적은 토익 토플처럼 점수식이 아니라 등급으로 제공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전체를 5등급으로 하고 응시자가 몇 등급을 받았다는 식으로 영어 능력을 인증하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중고교생의 외국어 시험 응시로 인한 외화 유출 방지 등을 위해 지난해 7월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영어능력평가시험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가칭 ‘영어능력평가재단’을 올해 상반기에 설립할 계획”이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EBS, 자체 영어평가시험 개발 경험이 있는 대학 중 희망 대학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평가원의 기초연구에 따르면 이 시험은 토플처럼 인터넷 기반 시험방식(iBT)으로 출제되며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 4개 영역을 평가한다.
하지만 영어능력평가시험이 수험생의 영어 스트레스와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충분한 문제 축적이 되지 않을 경우 반복 응시하면 성적을 쉽게 올릴 수 있어 영어 실력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Q:‘입학사정관’이란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 뽑는 전문가▼
적성-잠재력도 평가… 인수위-대교협 도입 적극적
2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입학사정관제를 여러 차례 언급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인수위는 “입학사정관제도 지원을 통해 대학이 선진화된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이 학생 선발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을 채용해 점수화된 자료뿐 아니라 학생의 잠재력이나 환경, 적성 등 계량화되지 않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입생을 뽑게 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경우 1년 내내 신입생을 뽑는 업무만 담당하는 입학사정관이 60여 명, 하버드대는 3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미국 전역에 있는 고교의 수준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고 개별 학생의 집안 환경과 특별활동 등 학생의 다양한 개성을 파악해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을 20, 30년 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해외 출장도 다닌다.
입학사정관은 성적이라는 하나의 잣대가 아닌 다양한 기준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미국 대학의 자율성을 상징한다. 따라서 대학 마음대로 뽑을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제도 도입과 함께 실질적인 권한을 주고 법적 분쟁 등에 대비한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통해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 등 10개 대학을 입학사정관제 시범학교로 선정했지만 재원과 전문 인력의 부족,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한 대학의 불신 등으로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손병두 대교협 차기 회장은 최근 “올해 입학사정관과 관련된 예산을 20억 원에서 128억 원으로 대폭 늘렸다”면서 “이르면 내년에 이 제도를 전국 대학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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