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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23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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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시장적, 반기업적 내용이 포함된 경제교과서가 개정되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습니다. 개정 전이라도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1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의에서 이뤄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기존 교과서를 가지고 배워야 할 학생들을 생각하면 참 걱정스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손 회장이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선거 이후 언론사의 개별 인터뷰에 응한 것은 처음이다.
손 회장은 경제계 인사 가운데 교육문제에 관심이 높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경제교육에 관심을 보여 왔다.
“2003년에는 중고교 사회 및 경제교과서 26종을 분석해 학생들에게 반시장적, 반기업적 정서를 심어줄 수 있는 내용 62건을 찾아냈어요.”
대한상의는 내용을 수정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20건은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나마 수정된 것도 전체적 논조는 유지한 채 일부 문구(文句)만 고쳐져 일각에서는 경제교과서가 ‘교육현장의 핵심 전봇대’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교 평준화도 더는 완강히 고집할 일이 아닙니다. 이제는 평준화를 포기했을 때의 폐단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노사 관계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그는 최근 민주노총의 ‘강경 투쟁’ 선언에 대해서는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이제는 한국의 노사 관계도 변화할 것입니다. 세계적인 대세를 외면하기 어렵고 국민 인식도 변해 (전투적인 노동운동을) 지지하지 않을 겁니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노동운동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손 회장은 지난해 울산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전개된 ‘현대자동차 파업 반대 시민운동’을 대안으로 꼽았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와 경영진은 임금협상에서 ‘현대차=파업’이라는 공식을 깨고 무분규 타결을 했다.
“앞으로 유사한 일이 발생하면 지방 상의가 중심이 돼 국민과 노동자에게 호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생각입니다.”
평소 말을 아끼는 편이지만 요즘 화두(話頭)로 떠오른 기업 규제개혁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그동안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수도권 공장총량제 등의 규제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가 됐죠. 하지만 이것은 상징적인 데 불과합니다. 실제로 여러 부문에 숨어 있는 규제가 너무 많아요.”
“금융산업을 봅시다.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물론 상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규제가 곳곳에 널려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또 공장 하나 지으려면 얼마나 많은 인·허가를 받아야 합니까. 인천 등 경제자유구역에 투자하려는 데도 ‘도장’을 찍어야 할 곳이 너무 많다는 불평이 외국인들에게서 나옵니다.”
규제도 글로벌 추세에 따라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규제를 무조건 철폐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필요한 규제도 있어요. 하지만 개방의 시대, 국제 경쟁의 시대인 만큼 다른 나라에 없는 것은 우리도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규제가 개혁되면 투자가 살아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낙관적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적극 추진 중인 ‘기업 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크다”면서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와 정부의 관계에 대한 의견도 물어보았다.
“대한상의는 전국 70개의 지역 상의는 물론 세계 130여 개국의 상의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조직입니다. 상의가 이런 조직과 기능을 활용한다면 앞으로 경제발전을 위해 정부와 함께해야 할 일이 늘어날 겁니다.”
대한상의는 대북경협에 관심을 가진 업체로 구성된 북한 방문단을 조만간 파견할 예정이다. 손 회장은 방문 시기에 대해 “새 정부 출범 뒤”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기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간곡히 부탁했다.
“기업도 더는 윤리경영의 큰 흐름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에 놓여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기업들도 많이 변했습니다. 고도성장기의 문제점을 많이 해결해 나가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에 더 많은 애정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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