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마른 山이 불쏘시개… 대형산불 왜 늘었나

  • 입력 2008년 1월 23일 02시 37분


지구 평균 온도 높아져 가뭄 극심

그리스-캘리포니아 산불의 원인

한국도 강수량 적은 해 피해 커

지난해 국토의 20% 이상을 태운 그리스 역사상 50년 만의 최악의 산불, 미국 워싱턴의 10여 배 면적을 태운 캘리포니아 주 역대 최악의 산불, 2005년 4월 강원 양양군 낙산사를 휩쓴 산불.

공통점은 지구온난화로 지구 표면온도가 높아진 가운데 가뭄이 겹치면서 막대한 피해가 났다는 사실이다.

지구는 반세기 만에 0.75도 이상 더워졌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의 평균온도는 14.57도로 역사상 두 번째로 더웠다. 지구의 온도는 가장 더웠던 2005년에 14.61도를 기록해 1950년의 13.85도보다 0.76도 이상 높아졌다. 이렇게 지구가 더워지면서 가뭄이 산불 피해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8월 그리스 산불 당시 현지 언론은 “4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계속된 데다 농작물이 말라죽을 정도의 가뭄이 겹치면서 2700km²를 태운 최악의 피해가 났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주 산불도 마찬가지였다.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과 11월 하순 산불이 날 당시 미 서부의 58%와 동남부의 76% 지역이 가뭄 상태였다.

한국 상황도 비슷하다. 최근 30여 년 동안 1도 이상 더워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평균기온은 13.3도였다. 1974년 11.5도였던 평균기온은 1980년대 중반까지 11도대와 12도대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1987년 이후에는 1993년 11.9도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12∼13도대를 기록한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비가 적게 내린 해에는 산불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의 연평균 강수량은 1466.9mm.

피해금액 652억여 원의 사상 최대 피해를 낸 강원도 동해안 산불이 난 2000년 강수량은 1328.2mm에 불과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산불(785건)이 난 2001년 강수량은 1061.2mm였고 낙산사를 잿더미로 만든 양양 화재가 발생한 2005년 강수량은 1311.9mm에 그쳤다.

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적은 산불(271건)이 난 2003년에는 1907.7mm의 많은 비가 내렸다.

정부는 낙산사 화재 이후 2006년부터 산불 방지 예산을 크게 늘렸지만 산불 자체를 줄이기는 어렵다고 보고 빠른 진화를 통해 피해 면적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산림청은 2000년부터 산불 방지 예산을 따로 편성했다. 그해 131억 원이었던 산불 방지 예산은 2005년 167억 원에서 2006년 27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280억 원, 올해 286억 원이다. 산불 건수는 2005년 516건에 이어 2006년 405건, 지난해 418건. 피해 면적도 2005년 2067ha, 2006년 254ha, 지난해 230ha로 줄었다.

산림청 관계자는 “주5일 근무제 실시로 휴일에 산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예방교육이 가장 좋은 산불 방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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