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영철 일병 ‘경찰의 꿈’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 입력 2007년 12월 7일 20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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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철아 엄마가 왔어. 제발 말 좀 해봐라."

고 박영철(20) 일병의 아버지 박종영(48) 씨와 어머니 김미경(42) 씨는 7일 오전 1시반경 인천 강화군 강화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그러나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박 일병의 몸은 차게 식어 있었다.

김 씨는 "우리 영철이 불쌍해서 어떻게 해…왜 하필 영철이야"라며 절규했고 아버지 박 씨도 아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울부짖었다.

박 씨는 "3일 전에 엄마와 전화통화를 할 때도 생활이 편하니 걱정 말라고 부모를 안심시켰다"며 "아들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게 믿기지 않고 아무런 말도 안 나온다"고 가슴을 쳤다.

박 씨는 "영철이는 경찰관이 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군대도 일부러 고된 해병대를 지원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냐"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박 일병의 부모에 앞서 병원을 지키고 있던 삼촌 박종석(45) 씨는 "요즘 젊은 애들 답지 않게 아빠, 엄마, 삼촌 등 집안 어른들과 사이가 아주 가까운 녀석이었다"며 "보름 전쯤 휴가를 나와 소주 한잔 하며 군 생활 할만하다고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라며 눈물을 훔쳤다.

김 씨는 아들의 시신이 응급실에서 영안실로 이동한 뒤 한동안 복도 의자에 넋이 나간 채 앉아 있어 주변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광주 남부대 경찰행정학과 1학년을 마친 뒤 올 5월 입대한 박 일병에 대해 동료들은 " 평소 차분하고 구김살이 없는 밝은 성격으로 군 생활에서도 적극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 일병의 장례식은 8일 오전 10시 해병대 2사단 부대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강화=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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