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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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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6일 ‘삼성 비자금 의혹’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이 수사 착수의 전제 조건으로 ‘떡값 검사’ 명단 공개를 요구함에 따라 명단이 실재 존재하는지 여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용철(전 삼성그룹 법무팀장) 변호사는 그동안 “검사 40명에게 10억 원이 건네졌다. 현직 최고위급 검사도 여러 명 있다”고 밝혀 왔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도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서 로비를 받은 검사들의 리스트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제출된 고발장에도 ‘대개 설, 추석과 여름휴가 등 1년에 3회에 걸쳐 1인당 500만∼2000만 원까지 제공했다. 김 변호사 자신이 직접 (금품 전달을) 맡은 경우도 있다’고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하지만 김 변호사와 사제단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김 변호사 측에 명단 공개를 강하게 요구한 배경은 두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검찰 내에서는 “정식 명단은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변호사가 갖고 있는 명단의 형태가 삼성이 체계적으로 관리해 온 로비 리스트가 아니라, 김 변호사가 자기와 식사를 같이 하고 술을 마신 사람들을 손으로 적어 놓은 메모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김 변호사가 제기한 의혹의 신뢰도와 직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이 정도 수준의 명단을 공개한다면 이 사건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는 180도 달라질 수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김 변호사가 구체적인 정황 설명 없이 떡값 명단을 밝힐 경우 역풍이 거세게 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검찰 간부는 “꼭 명단이 아니어도 뇌물공여자의 일관된 진술은 수사의 중요한 증거가 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제보자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면 고발장을 근거로 수사를 하기는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실제로 명단이 있을 경우 수사 도중 공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폭로가 거듭되면서 이미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상당히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만약 수사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김 변호사 측에서 주임 검사 이름이 포함된 명단을 공개하면 검찰로서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김경수 대검찰청 홍보기획관이 “일단 사건을 배당해서 수사를 하다가 문제가 생겨 재배당을 하게 된다면 수사의 공정성에 큰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 물증이 없으면 전체 검사를 상대로 일일이 ‘당신이 떡값을 받았느냐’고 조사하란 말이냐”고 되물었다.
검찰 중견 간부는 “검찰에서는 이 수사는 ‘깨끗한 손’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수사팀 선정에 거듭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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