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교육현장/인천 남구 인주초등학교 가을운동회

  • 입력 2007년 9월 18일 0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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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군 진군하라. 와∼와∼.”

“백군 적을 향해 진군하라, 진군하라∼.”

14일 인천 남구 학익동 인주초등학교 운동장.

운동장 곳곳에서 색색의 연막탄이 터지고 장군의 외침과 함께 동채(참나무를 X자 모양으로 묶은 차전놀이 기구)가 솟아올랐다.

청군과 백군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상대편을 밀어붙였다.

3분간의 치열한 싸움 끝에 힘이 부친 청군이 밀리면서 백군이 승리를 거두자, 청군 동채꾼들은 아쉬움의 표시로 손으로 땅바닥을 두드렸다.

운동장 스탠드에 모여 지켜보던 학부모와 교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양군의 동채꾼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다.

차전놀이가 운동회 때 등장하는 경우는 쉽지 않다. 동채와 깃발 등 각종 준비물이 많은 데다 학생들을 일일이 지도하는 일도 쉽지 않아 차전놀이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주초등학교는 가을운동회 때 우리 전통문화를 배우고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차전놀이를 3월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차전놀이를 제대로 재현하기 위해 풍물꾼, 기수, 동채꾼, 꼬리꾼으로 구성한 뒤 각종 소품을 옛 모습대로 만들었다.

허회찬(12) 군은 “힘이 세다는 이유로 동채꾼에 뽑혔는데 동채를 들고 내리는 연습을 하며 상대편과 싸우다 보니 내가 맡은 역할을 알게 됐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친구들과 호흡도 척척 맞아 차전놀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강성석(11) 군은 “처음 차전놀이를 배울 때는 힘들고 귀찮기도 했지만 우리의 전통놀이를 제대로 배웠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날 운동회에서는 5, 6학년 여학생 220명이 펼친 부채춤이 관람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학생들은 한복 대신 흰색 치마를 입어 순수한 우리 민족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했다.

굿거리장단과 자진모리장단 등 타령에서 벗어나 조수미의 ‘불인별곡’을 배경음악으로 해 부채춤의 기본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역동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부채춤을 지도한 최지숙(34) 교사는 “부채춤을 지도하면서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깊은 관심을 느꼈다”며 “내년 가을운동회 때는 좀 더 색다른 부채춤 동작을 만들어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명철(60) 교장은 “학생들이 우리 전통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의미 있는 운동회가 계속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남부교육청 조남호(53) 장학사는 “인주초등학교의 가을운동회는 학생들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며 “다른 학교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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