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느리게 걸으며 제주 재발견” 제주올레 출범

  • 입력 2007년 9월 12일 0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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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0시 반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초등학교 교정. 간편한 산행 복장을 한 아마추어 도보 여행가들이 길을 나섰다.

‘속도 만능의 시대’에 맞서 천천히 걸으며 제주의 ‘속살’을 느끼려는 사람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 전 시사저널 편집장)가 이날 발족식을 갖고 첫 행사로 ‘세계자연유산 성산 따라 걷기’를 연 것.

이날 코스는 제주의 하늘과 바다, 마을의 정취가 물씬 묻어 났다. 돌담이 줄을 이었고 ‘말미오름’을 오르는 길 양편엔 억새, 이삭이 팬 밭벼, 물을 찾아 나온 소들이 한가롭게 가을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1시간 반 만에 도착한 말미오름 정상. 정상에 오른 여행가들 입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서로 마주보며 금방이라도 포옹할 것 같은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뒤로는 기생화산인 오름의 무리가 한라산 정상을 배경으로 줄 지어 섰다.

행사에 참가한 여행전문가 한비야 씨는 “존경과 경외의 대상인 해외 명소와 달리 제주의 자연은 온화하고 정이 묻어 난다”며 “이번 걷기 코스는 제주의 재발견이라고 불릴 정도로 환상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초등학교를 출발해 말미오름, 종달리 소금밭, 성산포 갑문, 철새도래지, 갯벌체험장, 성산일출봉 등을 5시간가량 걸었다.

제주올레는 제주의 옛길, 아름다운 길, 사라진 길을 되살리기 위한 비영리 법인. 올레는 집으로 통하는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코스는 생태계와 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는 방식으로 개발된다. 탐사가 완료된 코스는 만화안내서로 제작돼 도보여행객, 관광객 등에게 제공된다.

제주올레는 매달 새로운 걷기 코스를 선보이며 걷기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장기간에 걸친 코스 탐사 등을 거쳐 제주 전역을 걸어서 연결하는 코스를 만들 예정이다.

10월 중에는 서귀포시에 새로운 걷기 코스가 탄생한다. 참가 제한이 없고 교통과 식사는 각자 해결해야 한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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