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중학생 논술 클리닉

  • 입력 2007년 9월 1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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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제

글 (다)에 등장하는 알리사와 줄리엣의 행동을 본 후 글 (가)와 (나)에서 제시하고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사랑과 희생이 양립 가능한지 각자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600자 내외)

<제시문은 easynonsul.com 참조>

■ 학생글

장훈호·전남 장흥군 장흥중학교 3학년

사랑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이며 남을 따뜻하게 대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이 자식을 바른 길로 인도해 주기 위해 때리는 매도 사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희생은 무엇일까. 희생은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진다. 즉 남을 위한 희생과 남을 희생하는 것이다.

사랑과 희생은 서로 양립이 성립될까. 만일 양립이 성립된다면 어떻게 될까. 내 생각에는 남을 위한 희생은 사랑이 없는 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연인이 배를 타고 있다. 그런데 이때 배가 물에 가라앉아 빨리 대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두 연인 중에는 한 명만이 작은 배에 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배에 남으며 죽음을 맞이한다. 이 같은 남자의 희생은 사랑 없이 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남자는 그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배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위처럼 우리는 사랑 때문에 희생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위 글 (다)에서는 알리사가 줄리엣을 위해 뭐든지 희생을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알리사가 줄리엣을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 사랑과 희생은 서로 양립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 없이는 희생이 가능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최인선·충남 금산군 금산여자중학교 2학년

글 (가)에서는 사랑을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느낌이나 생각,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흔히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질문을 들으면 누구라도 가족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 만큼 가족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가족과 떨어져 멀리 수련활동을 하러 왔다고 가정한다면 하루 이틀은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겠으나 사흘 나흘이 갈수록 그 그리움은 더해만 갈 것이다. 캠프파이어 시간에 가족을 떠올리는 프로그램이라도 있다 하면 집에 있는 가족 생각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다는 이 또한 많다. 이때 느끼는 감정이란 바로 따뜻한 느낌이나 생각 아닐까?

가족의 안부가 궁금해 편지를 쓰는 것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 되고, 혹은 아주 단순히 동생에게 맛있는 음식을 양보하는 것 또한 배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족이 위험한 상황에 놓여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가히 누구라도 목숨을 아끼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구해낼 것이다. 이것이 바로 희생이다.

결론적으로 위의 예들을 바탕으로 한다면 사랑과 희생 사이에는 양립한다기보다는 인과관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성스러운 것이 되든 죄악이 되든 사랑하기 때문에 희생한다는 것. 그것은 이 세상 어느 것보다도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 총평

제시글의 내용 정확히 이해하고 정리한 점 돋보여

희생은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해 자신의 목숨 혹은 이익을 바치거나 버리는 것, 또는 그것을 빼앗기는 것’을 뜻한다. 인간은 때로 자신의 목숨을 버리거나 이익을 포기하는 등 스스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어찌 보면 무모하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희생을 통해 서로 간의 분쟁을 막고 다수의 피해를 줄였기에 인류 역사가 현재까지 무사히 이어져 온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인간에게 이런 요소가 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분쟁과 파멸로 얼룩졌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때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또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일부러 타자를 희생시킬 때도 있다. 이번 논제는 이런 희생에 초점을 맞춰 인간의 모습을 돌아볼 기회다.

사람들은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기도 하고, 강요가 아닌 자발적 희생을 서슴지 않기도 한다.

간혹 이런 희생을 미화해서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포장하여 그 본질적인 의미를 왜곡시키는 경우가 있다. 각자 주변 사례를 통해 사랑과 희생을 미화해서 포장하는 경우는 없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이런 문제 제기를 통해 사랑과 희생의 관계를 묻는 것이 이번 논제다.

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랑과 희생의 정의를 정확하게 내리고, 이 기준에 따라 소설 ‘좁은 문’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행동을 평가해야 한다. 다수의 학생들이 사랑과 희생에 대한 의미 규정은 잘된 반면, 사랑과 희생의 관계를 자신의 가치관으로 풀어 쓰는 부분이 부족했다. 다시 말해 희생이 ‘성스러운’ 것인지 ‘죄악’인지에 대한 학생들의 판단이 드러나지 않았다. 논제와 제시 글에서 전달하는 내용을 통해 출제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점이 이런 문제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논술을 할 때는 항상 여러 제시 글이 전달하고 있는 내용이 왜 나왔으며,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출제 의도를 간파할 수 있다. 자신이 평소에 알고 있거나 생각하던 내용을 줄줄이 나열하는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장훈호 학생의 글은 논제에서 부여한 ‘양립’이라는 낱말의 개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덕분에 논자가 논하고자 하는 범위가 명확하게 잘 드러났다. ‘사랑’, ‘희생’이라는 관념어의 개념도 잘 정리해 줌으로써 논의의 범위를 정하고 독자의 이해를 도와 반론의 여지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글의 흐름에서 문답식으로 글을 전개한 것이 아쉬운 점이다. 짧은 논술문을 쓸 때는 논자의 주장이 무엇인지만 제시하면 되는데 계속해서 되묻는 방식으로 전개한 것이다. 논술문에는 논제가 있다. 그러므로 답안에는 제목을 붙일 필요도 없고, 논제에서 묻고 있는 내용을 다시 물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짧은 분량의 논술문을 쓸 때는 읽는 이에게 되묻지 말고 논자의 주장이 확실하게 드러나도록 글을 완성해야 한다.

최인선 학생의 글은 제시 글의 내용을 정확하게 정리하고 이해해서 ‘사랑’이라는 낱말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즉, 사랑을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느낌이나 생각,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주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례를 들어 자신이 내린 정의가 성립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런 접근법은 제시 글의 내용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다른 영역에 적용하는 좋은 방법이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을 예로 제시할 경우, 보편적 가치에 의해 자신이 쓴 글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결론 부분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사랑과 희생 사이에는 양립한다기보다는 인과관계에 더 가깝다’라는 의견을 내세웠는데 문장의 의미가 모호하다. 사랑이 원인이 되고 희생이 결과가 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 것인지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논술문에서 결론이 하는 기능은 본론의 내용을 요약 정리하여 논자의 주장을 재확인하고, 그 당위를 역설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장하는 내용이 쉽고 강력하게 전달되도록 글을 써야 한다.

김재필 LC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다음논제 써서 보내요

정보화의 개방성이 직접민주주의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 보고, 미래 사회의 바람직한 민주주의 모습은 무엇인지 글 (가), (나)의 내용을 바탕으로 논술하시오. (600자 내외)

■ 제시문

제 2의 물결의 영향권에 있는 회사에 있어서는 공장의 기계나 건물이 자산이므로 종업원은 인건비 곧 비용일 뿐이었다. 그러나 제3의 물결에서는 그와 반대로 기계나 건물 쪽이 경비이며 인간은 최대의 자산이 된다. 창조적 인간이야말로 무엇보다 큰 재산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대의 과학 기술은 지금 인류에게 제3의 물결을 가져오려고 한다. 인공위성, 컴퓨터, 레이저 등의 새 기술 앞에서 산업시대의 기계는 벌써 그 존재가 희미해져 버렸다고 할 수 있다.

새 기술이라고 하면 생활로부터 동떨어진 느낌을 주기 쉽지만 우리들 인간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이 새 기술이 일을 변화시키고 인간관계까지 변화시키려고 한다. 새로운 기술의 한 영역을 떠맡고 있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즉 정보기술이다.

이 정보기술은 사람들이 단순하게 정보를 받는 것뿐 아니라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여러 가지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테면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컴퓨터의 단추와 스크린을 사용하여 관광지의 모습을 살펴보고 호텔이나 비행기표의 예약까지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야채나 의류를 사는 것도 가능하고 흥미로운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이렇게 제3의 물결 사회에서는 우리들이 신문이나 그 밖의 매스미디어로부터 정보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정보를 능동적으로 선택해서 모은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개성이 중요하다.

[앨빈 토플러·‘제3의 물결’]

민주 국가에서의 시민들은 선거나 투표를 통하여 국가의 운영에 참여한다. 특히,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시민들은 자기 지방의 사무를 처리할 후보를 선택하는 등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신문 또는 방송에 글을 보내어 여러 사람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행정기관에 건의를 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때로는 집단적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거나 행동함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최근에는 시민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조직적으로 시민단체의 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중략)

민주 시민은 다른 이들의 권리, 의견, 인격, 개인 생활을 존중하고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우한다. 법을 준수하며, 자신의 권리를 지키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 또 부정과 불의에 항거하고, 공공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집단생활을 함에 있어서도 대화와 토론을 즐기며,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용을 베풀고 양보한다. 타협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다수결의 절차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존중하며, 반대하는 소수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한다.[중 2 사회 130∼131쪽]

박승렬 LC교육연구소장

◎ 이 사이트로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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