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씨 차명계좌 돈흐름 규명이 관건

  • 입력 2007년 9월 2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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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41) 씨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김 씨와 정윤재(43) 전 대통령의전비서관 사이의 청탁 대가 관계를 확인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의 초점인 김 씨의 자금흐름은 이미 상당부분 진행돼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횡령한 돈을 흐름을 밝혀줄 김 씨의 차명계좌 추적 결과와 정 전 비서관과의 관계에 대한 김 씨의 새로운 진술이 나올지가 관심이다.

▽"직원들 명의 차명계좌 다수 보유"=검찰은 7월에 정상곤(53·구속기소)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하면서 김 씨의 계좌를 뒤졌다. 지난해 7, 8월 정 전 청장을 소개해준 것과 관련해 정 전 비서관에게 '사례'를 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

검찰은 일단 김 씨의 계좌 추적 결과 정 전 비서관에 대한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씨가 평소 다른 사람 명의의 차명 계좌를 통해 자금을 운용한 사실에 주목하고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김 씨 소유 건설업체의 간부로 일했던 한 인사는 "김 씨는 회사를 새로 만들 때마다 직원들 명의의 차명계좌를 여러 개 가지고 있었다"며 "6개월이나 1년 간격으로 자금 흐름을 알 만한 직원들을 내보내고 새 직원들을 뽑았다"고 말했다.

▽김 씨, 심경 변화 일으킬까=검찰은 정 전 청장에 대한 뇌물 제공 사실을 시인한 김 씨의 적극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근거로 정 전 청장을 지난달 10일 구속했다. 김 씨가 선처를 바라고 검찰 수사에 협조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통상 뇌물제공자가 범행 사실을 부인하는 관행에 비춰 볼 때 김 씨가 범행을 시인한 배경에는 이미 드러난 정 전 청장을 버리는 대신 '다른 실세'를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니었냐는 것이다.

검찰의 고위관계자는 2일 "정 전 비서관이 언론에 노출된 이상 김 씨는 더 이상 정 전 비서관에게도 의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김 씨가 새로운 진술을 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보완수사 계획을 발표할 때 "'새로운 단서'가 포착되면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공식 발표가 실제 수사한 내용보다 몇 단계 뒤쳐지는 관례에 비춰보면 검찰이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수사 단서를 일부 확보한 것 같다는 관측도 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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