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매수자 전원소환” 1000명이 떨고 있다

  • 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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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는 포기했어요. 검찰 조사를 받을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인천공항경찰대에 근무하는 A 씨 등 경찰관 서너 명은 요즘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 일쑤다.

몇 달 전 인천 중구 운서동 공항신도시에 있는 안마시술소에서 성(性) 매수를 한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에서 성 매수를 한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이들이 구속까지 되지는 않겠지만 내부 징계를 받게 돼 진급 누락 등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보다 더 큰 걱정은 가족과 동료들의 따가운 눈총을 견뎌 낼 자신이 없다는 점이다.

인천지방경찰청은 “검찰에서 수사결과를 통보받으면 사안에 따라 중징계 또는 경징계를 내릴 방침”이라며 엄하게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소환 조사를 앞둔 모 기관의 B 씨는 “친구들과 한잔한 뒤 술김에 안마시술소에 간 건데 이렇게 될 줄이야. 정말 후회막심이다”라고 한숨지었다.

이들의 걱정은 지난달 27일 인천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종호)가 공항신도시 안마시술소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성매매 알선 혐의로 업소 주인 최모(45) 씨를 구속하고 다른 업소 주인 김모(45)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은 신용카드 전표 2000여 장을 확보했는데 이 전표의 주인들이 공항 종사자 및 정부기관 공무원, 경찰, 군인 등 1000여 명이라는 사실이 검찰에서 흘러 나온 것.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공항세관, 법무부 인천출입국관리소, 서울지방항공청, 항공사, 수의과학검역원, 해양경찰, 경찰, 군인, 항공관제소, 한국관광공사, 인천도시개발공사 등 인천공항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기관이 벌집을 쑤신 듯 난리가 났다.

검찰은 워낙 걸린 사람이 많다 보니 이들의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한때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검찰은 한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 신도시가 성매매의 온상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성 매수자 전원을 소환 조사하기로 25일 결정했다.

검찰은 단순 성 매수자에 대해서는 경위서와 반성문을 받은 뒤 훈방 조치하고 3회 이상 상습성 매수자는 성교육을 받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동종 전과가 있거나 죄질이 중한 대상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적발된 사람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8월 말까지 35일간 인천지검과 공항분실에서 검찰 소환 조사가 이뤄진다. 조사가 끝난 뒤 적발된 사람들의 소속 기관으로 명단이 통보되고 징계 처분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때까지 안마시술소를 이용한 사람들에게는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될 것 같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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