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분만 진통전 태아는 사람으로 볼 수 없다”

  • 입력 2007년 7월 9일 2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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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진통이 시작되기 전에 숨진 태아는 사람으로 볼 수 없고 산모의 신체 일부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의료진의 실수에 대해 과실치사상죄 등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태아가 숨지는 바람에 제왕절개 수술로 사산(死産)하도록 해 산모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과실치상)로 기소된 조산사 서모(여)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두 차례 제왕절개를 한 적이 있는 산모 A(37) 씨는 임신 5개월이던 2001년 4월 서 씨의 조산원에서 자연분만을 의뢰하고 상담했다. 같은 해 6월 A 씨는 모 대학병원에서 당뇨 증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서 씨는 "별 문제없다"며 A 씨를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옮기지 않았다.

출산예정일을 2주일 넘기는 동안 태아는 몸무게 5.2㎏의 거대아로 성장했고, 결국 A 씨는 태아가 자궁 안에서 저산소성 손상으로 숨진 사실을 확인하고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검찰은 태아 사망 후 A 씨가 수술을 받게 한 서 씨를 산모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고, 항소심에서는 태아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추가 기소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가 임산부 신체의 일부를 훼손하는 것이라거나, 태아 사망 때문에 임산부의 생리적 기능이 침해돼 임산부에 대한 상해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산모에게 분만 개시라고 할 수 있는 진통이 시작되지 않았으므로 태아는 사람이 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장택동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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