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탐방]기업들 속속 입주…당진은 뜨겁다

  • 입력 2007년 6월 30일 03시 00분


현대제철소가 있는 충남 당진군 송산면 일대는 이 공장을 확장하기 위한 용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당진=전영한 기자
현대제철소가 있는 충남 당진군 송산면 일대는 이 공장을 확장하기 위한 용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당진=전영한 기자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 바람이 거셌던 1987∼1990년경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주변에서는 ‘특별한’부동산 중개업자들이 특이한 방식으로 땅 매매를 중개했다. 이들은 속칭 ‘나카마’라고 불리는 땅 중개상을 활용해 서울의 큰손들이 지방의 현장에 가지 않고도 서울에서 매매계약을 한 뒤 미등기 전매(轉賣)할 수 있도록 했다. 나카마들은 지방을 돌아다니며 땅 주인에게서 매도 위임장을 받아 매물을 여러 개 수거한 뒤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곧바로 터미널 주변 중개업소로 향했다.

이들 나카마가 주로 찾던 곳이 충남 당진군이다. 당시 당진의 땅 시세는 평당 3000원 선. 서해안고속도로 착공을 앞두고 있었고 한보그룹(1997년 부도)이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건립을 추진하는 등 호재(好材)가 많아 특히 인기가 높았다.

쓸 만한 땅이 동나자 고도가 몇 백 m나 되는 산을 야트막한 임야라고 속이는 일도 종종 일어나 현장 답사를 하지 않고 ‘묻지 마 투자’에 나선 몇몇 사람은 낭패를 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작가 심훈이 항일(抗日) 정신이 강하게 깃든 소설 ‘상록수’의 원고를 썼던 곳으로도 유명한 당진 땅을 들여다본다.》

○현대제철로 활기 넘치는 당진

당진은 서해안고속도로 공사와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건립이 본격화하면서 1990년대 들어 땅 시세가 평당 2만∼3만 원대로 뛰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 한보철강이 부도를 내면서 이 지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매년 인구가 수천 명씩 줄기도 했다.

그러다 2004년 현대제철의 한보철강 인수를 시작으로 철강 관련 기업들의 입주가 늘고 각종 개발계획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려졌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0월부터 서해안 아산만과 가까운 당진군 송산면 동곡리 일대 130여만 평에 기존 전기로 외에 고로(高爐·용광로) 방식의 일관(一貫) 제철소를 짓고 있다.

현재 현대제철 주변에는 중장비들이 쉴 새 없이 공장 터를 닦고 있다.

현대제철과 서해대교 사이에 있는 당진군 송악면 고대리와 부곡리 해안가 수백만 평에는 동부제강 등 철강기업들이 입주한 ‘고대지구’와 ‘부곡지구’ 공단이 이미 자리하고 있다.

한국토지공사는 당진군 석문면 해안매립지(363만 평)에 기계 및 전자부품 제조업체 등을 유치하는 ‘석문국가산업단지’ 개발 계획을 올해 2월 건설교통부에서 승인받았다.

기업들이 속속 입주하고 각종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당진의 땅 값은 최근 급등했다.

공장용지로 사용할 수 있는 관리지역 내 논이나 임야는 2005년 25만∼30만 원 선에 거래됐으나 현재 시세는 55만 원 선까지 치솟았다.

현대제철과 가까운 송악면과 송산면에서 도로를 접한 땅은 땅 주인들이 100만∼200만 원까지 부르는 곳도 있다.

○진정한 기업도시로 성장할 듯

현재 당진은 개인보다는 기업의 땅 수요가 많다. 현대제철 협력업체들이 계속 입주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진군 송악면 가곡리 M부동산 사장은 “인천 남동공단 등에 있던 중소 철강업체들이 당진으로 이주하려고 땅을 찾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땅 거래는 드물다.

당진군 대부분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나 투기지역으로 규제를 받고 있어 외지인들이 땅을 사기가 매우 까다로운 데다 실거래가로 양도소득세를 매겨 땅 주인들이 높은 세금 부담 때문에 땅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지컨설팅업체인 JMK플래닝의 진명기 사장은 “당진은 수도권과 접해 있는 데다 고속도로와 항만 등 물류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산업연관 효과가 큰 현대제철이 입주해 있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지역”이라며 “앞으로 산업시설을 뒷받침할 주거단지도 많이 개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진=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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