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설비투자 일단 숨통 트일 듯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정부가 25일 경기 이천시 하이닉스반도체 기존 공장의 알루미늄 공정을 구리 공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조건부 허용키로 하는 등 ‘2단계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하이닉스 이천 공장의 웨이퍼 생산라인.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정부가 25일 경기 이천시 하이닉스반도체 기존 공장의 알루미늄 공정을 구리 공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조건부 허용키로 하는 등 ‘2단계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하이닉스 이천 공장의 웨이퍼 생산라인.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정부, 이천공장 구리공정 전환 허용

‘무방류 시스템’ 건설-유지비 새 부담

재계 “수도권 포괄적 규제완화 필요”

정부가 25일 경기 이천시 하이닉스반도체 ‘기존 공장’의 구리 공정 전환을 허용키로 함에 따라 세계 2위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하이닉스는 최소한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이닉스 측은 ‘일단 급한 불은 껐다’며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계는 더 근본적인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 하이닉스반도체 설비 투자 숨통

이번 결정은 이미 지어져 있는 하이닉스 기존 공장에 대한 투자에 숨통을 틔워 주기 위한 것이다.

하이닉스 측은 정부가 올해 1월 구리 공정 도입 등을 포함한 이천 공장 증설을 불허하자 기존 공장만이라도 구리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이닉스는 300mm 웨이퍼 생산 과정에서 경쟁력이 높은 회로선폭 50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급 이하 제품을 생산하려면 알루미늄 대신 전도성이 뛰어난 구리를 써야 한다고 정부를 설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인텔 IBM 등 국내외 경쟁업체들은 이미 구리 공정 전환을 시작했다.

그러나 현행 수질환경보전법과 환경정책기본법은 구리, 납, 비소 등 19가지 물질을 ‘특정수질 유해물질’로 규정해 이천시 등 수질보전특별대책권역의 공장에서는 이를 사용할 수 없도록 정해 놓고 있다.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은 “증설은 몰라도 기존 공장은 살려야 한다”며 환경부를 강하게 압박했고 결국 강하게 반대하던 환경부도 “100% 리사이클링을 통한 무(無)방류 시스템을 갖춘다면 구리 공정 허용을 검토하겠다”며 법령 개정에 동의했다.

○ “수도권 포괄적 규제 완화 절실”

하이닉스 측은 “정부가 많이 양보해서 타협점을 찾고 있는 것 같다”며 “인프라가 좋은 이천에 구리 공정 라인을 증설하면 시너지 효과도 생기고 고급 연구개발(R&D) 인력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환경부에 구리 공정 전환을 공식 요청해 최종 허가가 나오면 2008, 2009년에 하나씩 모두 2개를 구리를 쓰는 라인으로 바꿀 계획이다.

하지만 무방류 시스템 건설에 필요한 수백억 원, 연간 수십억 원에 이르는 유지비용 등은 하이닉스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무방류 시스템이란 구리 공정 등에 쓰인 하수를 일정 기간 재순환, 재활용하고 남는 찌꺼기는 따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경제계는 정부의 규제 때문에 촌각을 다투는 반도체 투자가 늦어졌다는 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장기적으로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 등 폭넓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된 대부분의 지역은 수도권정비계획, 상수원 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와 겹친다”며 “수도권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2단계 기업환경개선 내용

벤처기업, 금융권 자금 확보 쉬워져

창업 中企 稅혜택기간 2년→4년으로

정부가 25일 발표한 ‘2단계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은 지난해 9월 내놓았던 ‘1단계 대책’의 후속 방안이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기업인과 지방자치단체의 현장 의견을 수렴해 현실성을 높였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 등 ‘덩어리 규제’의 해소, 중소기업 상속·증여 세제의 획기적 개선 등 기업들의 기대 수준을 맞추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 경제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 상수원 공장규제 2008년까지 개선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비(非)공해 공장에 대한 상수원 부근 입지규제 개선방안을 2008년까지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현행법은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모든 공장의 설립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오·폐수를 배출하는 축사 등은 허용하면서 비공해 업종 공장까지 설립을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또 학교, 공장 등 수도권 ‘인구집중 유발시설’의 지방 이전을 쉽게 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지방으로 옮기려는 학교 등이 정부에 계획을 신청하면 지자체는 중앙정부와 협의해 수도권에 남겨진 땅의 활용 방안을 세우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그동안 지방으로 이전하려는 대학 등은 수도권 지자체들이 세수(稅收) 감소를 이유로 학교 용지 등으로 정해진 기존 대지의 용도를 바꿔 주지 않아 이전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밖에 정부는 현재 전 국토의 24.6%인 계획관리지역 내 1만 m²(약 3030평) 미만의 공장 설립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2007년 말까지로 돼 있는 수도권 내 25개 첨단업종 외국인 투자기업의 공장 신·증설 허용 기간도 2010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 사업자등록 처리 기간 7일→5일로 단축

창업 절차 간소화 등 기업에 각종 편의를 봐주는 방안도 다수 포함됐다.

신설 법인이 사업자등록을 신청한 뒤 관할 세무서장이 사업자 등록증을 내줘야 하는 기간을 ‘7일 이내’에서 ‘5일 이내’로 단축했다. 또 새로 창업한 중소기업에 대해 사업용 재산의 취득세, 등록세를 면제해 주는 기간을 ‘창업일로부터 2년 이내’에서 ‘4년 이내’로 연장해 주기로 했다.

이 밖에 보험사와 은행의 벤처펀드에 대한 15% 이상 지분 소유, 상호저축은행의 벤처펀드 출자를 모두 허용함으로써 벤처기업들이 금융회사를 통해 자금을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한국에 사업장이 있는 업체에 투자하는 때에만 적용됐던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개성공단에 있는 업체에 투자할 때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외국인 고급기술 인력이 한국에 귀화(歸化)를 신청할 때 약 1년이 걸리는 귀화 심사 기간을 줄이고 필기시험도 면제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국내 기업이 경제자유구역에 투자한 부분에 대해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예외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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