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뜻 받들어…” 40대 미망인, 50억 들여 복지법인 설립

  • 입력 2007년 6월 17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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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미망인이 기업인 남편의 유지를 받들어 사재 50억 원으로 복지법인을 설립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광주시는 17일 "지난해 타계한 중소기업인 권동식 씨의 부인 A(49) 씨가 출연한 기금 50억 원으로 그의 천주교 세례명을 딴 복지법인 '권동식 아벤티노 재단'의 설립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A 씨는 평소 "돈을 벌어 어려운 사람들 돕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남편의 뜻을 받들어 사별을 앞두고 그가 운영해 온 타이어부품제조사를 처분, 매각대금의 대부분인 50억 원을 그대로 이 법인에 출연했다.

남편 권 씨는 타이어제조사를 퇴사한 뒤 광주 하남산단에 타이어부품제조사를 창업, 20년 가까이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인은 20억 원을 기본자산으로 적립하고 나머지 30억 원에 대한 이자를 활용해 자치단체의 추천, 공모 등을 통해 지역 내 복지시설을 도울 예정이다.

A 씨는 또 지난달 31일에는 천주교 광주대교구에 1억 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선행은 A 씨가 다니는 서구 염주동 대건성당 신자, 광주시 공무원 사이에 회자되면서 알려졌으나 정작 A 씨는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히 꺼리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달 11일 시장실에서 법인설립 허가증 교부식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A 씨가 끝내 얼굴을 드러내길 꺼려 무산되기도 했다.

A 씨는 최근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아직 남을 돕는 일을 시작도 하기 전이고 배워가는 단계라서 굉장히 조심스럽다"며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노인을 비롯한 어려운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생각을 실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김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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