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위해 용단을” vs “수뇌부 공백 우려”

  • 입력 2007년 5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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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는 없다”한화 김승연 회장 보복 폭행 사건 수사를 검찰에 넘긴 데 대해 경찰 내부에서 ‘이택순 경찰청장(오른쪽) 사퇴’가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전 이택순 경찰청장이 청사에서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를 주재했다. 이 청장은 이날 “내 거취는 내가 결정한다”며 사퇴 주장을 일축했다. 이훈구 기자
“사퇴는 없다”
한화 김승연 회장 보복 폭행 사건 수사를 검찰에 넘긴 데 대해 경찰 내부에서 ‘이택순 경찰청장(오른쪽) 사퇴’가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전 이택순 경찰청장이 청사에서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를 주재했다. 이 청장은 이날 “내 거취는 내가 결정한다”며 사퇴 주장을 일축했다. 이훈구 기자
“물러나라”28일 오후 서울 서대문 경찰청사 앞에서 전현직소방경찰공무원들의 모임인 구(求)대한민국무궁화클럽회 전경수 회장(왼쪽)과 회원들이 한화 김승연 회장 보복 폭행 사건 수사를 검찰에 넘긴 경찰청 고위 간부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훈구 기자
“물러나라”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 경찰청사 앞에서 전현직소방경찰공무원들의 모임인 구(求)대한민국무궁화클럽회 전경수 회장(왼쪽)과 회원들이 한화 김승연 회장 보복 폭행 사건 수사를 검찰에 넘긴 경찰청 고위 간부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훈구 기자
■ 경찰 간부 35명 지휘부회의

28일 소집된 경찰 지휘부회의에서는 일부 간부가 이택순 경찰청장의 거취 문제를 거론하는 등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보복 폭행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후폭풍이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일선 지방경찰청장을 포함해 경무관급 이상 간부 35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부터 4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회의를 주재한 이 청장의 모두발언이 끝난 뒤 간부들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며 이 청장에게 자리를 비워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청장이 회의장을 나가자 참석자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발언을 했다. 한 참석자가 “일선 경찰들의 반발이 심하다. 청장께서 거취 문제를 분명하게 하는 게 좋겠다”고 하자 몇몇 참석자도 비슷한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이 지경까지 왔는데 조직을 제대로 수습하려면 개인적으로 어떤 용단을 내리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며 우회적으로 용퇴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렇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사퇴한다면 수뇌부의 공백을 메우기 힘들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난상토론이 벌어지는 도중 점심시간이 되자 경찰 지휘부는 햄버거와 컵라면 등을 배달시켜 식사를 하면서 논의를 계속했다.

그러나 오후 2시가 지나 청와대에서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이 청장이 물러날 사안이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은 잦아들었다. 이 청장도 회의장에 다시 들어와 “검찰의 조사를 받더라도 나는 떳떳하다. 내 거취는 내가 결정하겠다”며 ‘사퇴 불가’의 뜻을 분명히 한 뒤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간부는 “조직 생리상 직접적으로는 말하지 못했지만 용퇴를 바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을 한 간부들이 있었다”며 “그러나 일부의 의견이었을 뿐 대다수는 조직의 안정을 위해 이 청장의 사퇴는 곤란하다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경찰청으로부터 수사의뢰서가 정식으로 접수됨에 따라 이 사건을 형사8부(부장 서범정)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주임검사는 서 부장검사가 직접 맡았다. 형사8부는 김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을 처음부터 지휘해 왔고, 현재 김 회장 기소를 앞두고 막바지 보강수사를 하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정상명 검찰총장은 이날 모스크바 메트로폴호텔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어 “김 회장 보복 폭행 및 외압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밝혀낼 방침”이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광범위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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