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기네스]하루 숙박비 1000만원

  • 입력 2007년 4월 16일 03시 08분


금으로 도금된 실크벽지, 거위 털로 속을 채운 침구, 유명 화가의 작품이 그려진 천장….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에는 ‘특별한 이들’을 위한 객실이 있다.

139.4평의 ‘로열 스위트룸’. 하루 숙박비가 1000만 원으로 별채로 꾸며진 것을 제외하고는 서울의 호텔 객실 가운데 ‘가장 비싼 방’이다. 세금과 봉사료를 더하면 하룻밤 방값이 12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신라, 워커힐, 웨스틴조선, 롯데, 리츠칼튼, 메리어트 등 규모가 큰 호텔에는 로열 스위트룸, 혹은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이 한두 개씩 있다. 욕실이 딸린 침실과 응접실 등이 하나로 이어진 스위트룸 가운데 가장 비싸고 좋은 방이다.

주 고객은 기업 최고경영자(CEO), 각국 정부 수반, 세계적 명성의 연예인 등이다. 롯데호텔의 로열 스위트룸에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압둘라 알사우드 사우디 왕세자, 장미셸 캉드쉬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 등이 묵었다.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은 주변에 고층 건물이 없어 경호하기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롯데호텔과 로열 스위트룸 고객 유치 경쟁 관계다. 신라호텔에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 국방장관,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등이 묵었다.

로열·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은 호텔의 수준을 상징하는 자존심이다. 따라서 최고의 객실을 갖추기 위한 호텔 간 경쟁도 치열하다. 세계 최고 업체가 객실 인테리어는 물론 가구 욕실 등의 개별 인테리어를 맡으며, 하자가 없어도 고객들이 식상해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개보수를 한다.

현재 소공동 롯데호텔의 로열 스위트룸은 변신 중이다. 화려한 로코코 양식에서 현대적 감각의 스타일로 분위기를 바꾸는 것. 객실 분위기가 최근의 트렌드인 자연주의와 동떨어져 있고 고객 또한 현대적인 분위기를 선호한다는 판단에서다.

경쟁 호텔의 개보수가 끝나면 호텔 관계자들은 바빠진다. 손님인 척 호텔에 투숙해 시설, 소품, 욕실, 스탠드바 등을 꼼꼼히 모니터링해 간다. 그러나 경쟁 호텔의 흉내는 내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철칙이다. 책정하기 나름인 가격 경쟁도 치열해 경쟁 호텔이 객실 가격을 인상하면 덩달아 가격을 올리기도 한다.

로열 스위트룸의 평균 투숙률은 10∼20%. 1년 12개월 가운데 평균 10개월은 비어 있지만 항상 새것 같은 상태로 손님을 맞기 위해 하루도 청소를 거르지 않는다.이 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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