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어찌할꼬”

  • 입력 2007년 4월 14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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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6시 23분경 부산 태종대 동남쪽 26km 해상의 망망대해. 일본 후쿠오카(福岡)를 떠나 부산항으로 가던 267t 고속여객선 ‘코비5호’가 부유물체와 충돌해 배 앞이 수면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승객들은 순간 바다 속으로 쏜살같이 사라지는 길이 10m가 넘는 시커먼 물체를 봤다. 이 사고로 오모(75·여) 씨가 객실 의자에 머리를 부딪쳐 뇌출혈로 숨지고 이모(65·여) 씨 등 20여 명이 부상했다. 승무원과 승객들은 “배가 ‘쿵’하는 소리와 함께 심하게 흔들린 직후 주변해역이 검붉은 핏빛으로 변한 것으로 볼 때 검은 물체는 고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최근 대한해협에 고래 개체 수가 늘고 있고 2004년 이후 고속여객선의 충돌사고 5건 전부가 고래 때문으로 밝혀진 사실을 들어 이번 사고도 고래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국제포경위원회에 따르면 1952년 이후 고래와의 충돌로 인한 인명사고는 50건, 1975년∼2002년 고래류가 선박과 충돌해 숨진 것은 11종 292마리에 이른다.

대형 여객선의 경우 이런 고래와 충돌해도 큰 피해는 없으나 500t 내외의 수중익선(배 아래쪽의 날개로 수면 위를 떠가는 배)이 문제. 현재 부산과 일본 간에는 이 같은 규모의 수중익선 8척이 투입돼 하루 평균 7회 정도 운항하고 있다.

시속 80km의 쾌속선이 갑자기 나타난 고래를 감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고래가 숨을 쉬기 위해 불시에 수면 위로 치솟아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일정 해역에 고래가 나타나면 어느 선박이든 곧바로 센터와 연결해 주의를 전파하는 ‘선박안전콜센터’를 올해 초 설치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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