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2008 서울대 논술 점수 논제분석 능력에 달렸다

  • 입력 2007년 4월 10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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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은 쉬웠는데 논술 점수는 왜 낮을까.’ 최근 발표된 서울대 모의논술고사 채점 결과를 보고 학생들은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시험을 치른 학생의 91.7%가 “제시문의 난이도가 보통이거나 쉬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실제 점수는 인문계열 ‘가’형이 100점 만점에 평균 56.88점, ‘나’형은 51.52점이었으며 자연계열은 이 보다 더 낮은 41.33점이었다. 일단 제시문을 잘 이해했다고 해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서울대가 공개한 ‘좋은 답안’과 ‘미흡한 답안’을 분석하면 이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그렇다면 좋은 답안은 무엇이 다를까. 해법은 ‘논제 분석’에 있었다.》

모의논술 채점 분석… 논제 요구사항 충실히 반영한 글 높은 점수

○ 논제의 기본조건에 부합되는 답안 써내야

서울대가 공개한 ‘인문계열 문항 4’의 ‘좋은 답안’과 ‘미흡한 답안’을 비교해 보면 무엇보다 논제 분석에서 큰 차이가 났다. 가령 “제시문 <가>와 <나>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설명하라”는 논제 1의 경우 좋은 답안과 미흡한 답안 모두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두 제시문을 비교하기만 하면 되는 논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잡한 논제가 주어지자 양쪽의 점수차가 크게 벌어졌다. 논제 2는 “오늘의 세계화 상황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제시문 <다>를 참고해 조선사회의 당면한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자신이 마련한 대책에 대해 예상되는 반론과 이에 대한 재반론을 포함하라“는 단서가 붙었다.

이 논제를 ‘구조적’으로 뜯어보자. 첫째는 제시문 <다>를 참고하고, 둘째는 오늘의 세계화 상황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하며, 셋째는 조선사회의 당면한 문제에 대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넷째는 예상되는 반론을 적시하고, 다섯째는 재반론을 펴야 한다. 끝으로 이 모든 내용을 1000자 이내로 적어야 한다.

좋은 답안으로 뽑힌 글은 이 여섯 가지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하고 있었다. 서울대가 밝힌 것처럼 ‘각 논제에서 주어진 조건과 맥락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작성한 답안이 좋은 답안’인 것이다.

○ 주장은 반드시 제시문을 바탕으로

제시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논증이 타당해도 논제를 벗어나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논술이기 때문에 무조건 주장을 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비논리적인 주장 전개나, 양비론, 논제와 무관한 주장을 편 글은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자연계의 경우 논제의 틀 안에서 근거를 밝혀야 한다. 서울대는 “정해진 하나의 답안이 있는 것은 아니며 전제가 잘못됐다고 해도 과학적 근거에 따라 논리적으로 설명한 글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자연계열 문항 4’의 경우 똑같은 문제에 대해 정반대의 결론을 도출한 2개의 글이 논리전개가 우수하다는 평가와 함께 좋은 답안으로 뽑혔다.

결국 논리적 전개가 우선이며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도 그 범위에서 펼쳐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더라도 제시문을 바탕으로 하는 게 좋다. 서울대는 좋은 답안으로 선정된 한 학생의 글을 평가하면서 “(논증의 근거는 미비하지만 제시문의) 결과적 상황을 논증의 근거로 사용한 점이 문제로 지적될 수 있지만 고교생의 수준에서 본다면 나름대로 재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 간결한 문장 표현 훈련이 열쇠

무엇보다 논제를 하나하나 뜯어보는 훈련이 중요하다. 논제의 ‘요구사항’이 몇 개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자신의 주장을 억제하는 글쓰기 훈련도 필요하다. 가급적 논제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이야기다. 실제 1000자 내외의 논술 답안에서 주장을 강조하다 보면 ‘요구사항’을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요구사항을 짧게 정리하는 훈련도 해야 한다. 문장이 길어지면 모든 ‘요구사항’을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어휘도 가급적 쓰지 말아야 한다. 여러 제시문이 있을 경우 가급적 모든 제시문을 활용해 글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불필요한 제시문을 출제자가 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논제 뜯어보기→모든 제시문 활용’으로 이어져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서울대 모의논술 인문계열 문항 4▼

논제 1. 제시문 (가)는 개화기 직전 조선 사회의 상황을, 제시문 (나)는 오늘의 세계화 상황을 기술하고 있다. 이 두 상황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설명하시오. (400자 이내)

논제 2. 오늘의 세계화 상황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제시문 (다)를 참고하여 당시 조선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시오. (1,000자 이내) * 단, 자신이 마련한 대책에 대해 예상되는 반론과 이에 대한 자신의 재반론을 포함하시오.

※제시문은 이지논술 사이트 참조

좋은 답안 예

[논제1] 제시문 (가)는 매우 궁핍한 생활을 했던 때에 외세의 개방 압력을 받았던 조선 개화기 직전의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제시문 (나)는 세계화의 논란이 팽배한 가운데 FTA를 체결하여 세계화에 적극 동참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두 상황은 모두 개방을 앞두고 갈등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다. 그러나 개방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제시문 (가)는 외세의 침략에 반감을 나타내고 있으며 제시문 (나)는 개방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제시문 (가)에서는 자국이 아닌 외세가 개방을 무력으로 강요하고 있지만 제시문 (나)에서는 우리나라 스스로 개방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제시문 (가)에서는 나라 사정으로 보아 약소국의 위치에 있었지만 제시문 (나)에서는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할 정도로 나라가 성장하였다.

[논제2] 한 나라가 외세에 대처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제시문 (다)에 나온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과 같이 개방을 거부하는 것이 있다. 다른 하나는 제시문 (다)의 중국의 사례와 같이 외세는 받아들이되 그들의 물질문명만 받아들이는 방안이 있다. 마지막으로 제시문 (다)의 일본과 같이 외세의 물질과 정신문명 모두를 받아들여 개화하는 방안이 있다. 이런 개화정책의 결과는 일본의 급속한 근대화와 조선, 중국의 식민지화로 나타났다. 이는 당시 조선이 당면한 문제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당시 조선은 개방 압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개방을 포기한 흥선대원군과 미진했던 온건개화파에 의해 근대화가 늦어지면서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였다. 이는 당시 조선의 대외 개방 정책이 실패했으며 일본과 같은 적극적 개방 정책이 필요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 당시 조선은 물질문명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까지 수용하여 근대화를 하루빨리 이뤘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동도서기론을 주장한 온건개화파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물질문명만 받아들이자고 주장했지만 결국 미진한 개방정책을 실시하여 근대화에 실패하고 말았다.

여기서 정신문화까지 받아들이면 조선의 고유한 가치관과 미풍양속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신문화를 수용하지 않고서는 물질문명을 수용하기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모든 물질에는 각 나라의 생활양식이나 가치관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물질만 받아들이자는 주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오늘날의 세계화를 비추어 볼 때 다른 나라의 생활양식이나 가치관 등이 유입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새로 유입된 가치관과 전통적인 가치관을 조화시켜 얼마나 창조적으로 발전시키느냐가 세계화에서 성패를 좌우한다. 그 당시의 조선도 정신문화의 유입을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우리의 전통과 조화시키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물질적으로 발전을 이루고 정신적으로도 한층 성숙해 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미흡한 답안 예

[논제1] 제시문 (가)에서 묘사하는 개화기 직전의 조선 사회와 제시문 (나)에서 드러나는 오늘의 세계화 상황은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두 상황 모두 강대국이 주도적으로 약소국에게 개방을 요구하고 있으며 국내의 불안한 상황, 특히 경제난이 기존 체계를 불안하게 하고 개방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두 상황 사이에는 다른 점도 많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큰 차이점은 개방에 대한 이해정도와 그 성격이다. (가)에 묘사된 조선은 외부세계에 대해 무지하다.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으나 그 근본 원인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 이러한 이해의 부족은 개방에 대한 바른 이해를 힘들게 하고 개방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없게 만든다.

[논제2] 개화기 직전, 조선 사회에 오늘날의 세계화 상황을 비유하는 사람이 많다. 세계의 큰 흐름에 수동적으로 내던져져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의 여러 위기 상황으로 인해 통일된 합의점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유사하다. 그러나 한 번 개방을 통해, 긍정적인 점이 많았든 적었든 간에, 세계의 흐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 오늘의 관점에서 보면 다른 대책이 떠오른다.

개방, 혹은 세계화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권력관계에의 눈뜸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끼리는 마찰이 생기는 법이고 긴장이 생긴다. 그 당시 조선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조심스러운 개방으로 가능한 자국과 타국의 성찰이었다. 또한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동등해질 필요도 있다. 제시문 (다)의 첫 번째 주장처럼 주도적으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물론 무분별한 개방은 우리의 정체성을 파괴시켜 알맹이는 잃고 겁데기만 보존하게 된다는 반론도 충분히 타당하다. 그러나 서로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상대방이 우리의 주체성을 배려해 줄 거라는 생각도 옳지 못하며 (다)의 흥선대원군과 같이 현실에서의 관계를 오판하는 것도 위험하다.

우리의 주체성을 위해서도 세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빠른 대응이 조선에게 요구된다.

※ 좋은 답안과 미흡한 답안은 서울대가 표본으로 공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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