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논술 가이드라인’ 반발

  • 입력 2007년 3월 29일 03시 00분


대입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폐지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의 논술 가이드라인 폐지 촉구에 이어 주요 대학 입학처장들도 논술 가이드라인 완화를 요구할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서울·경인지역 대학 입학처장협의회(회장 박제남 인하대 입학처장)는 28일 서울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12개 대학 입학처장이 모인 가운데 교육인적자원부의 논술 가이드라인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모임에는 서울대 건국대 경희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아주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홍익대 등 12개 대학 입학처장이 참석했다.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입학처장은 학교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박 회장은 “4월에 실시되는 대학들의 논술 모의고사 결과를 토대로 논술 가이드라인의 문제점을 취합해 5월경 교육인적자원부에 규제 완화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2005년 8월 발표한 논술 가이드라인은 △단답형 또는 선다형 문제 △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 △수학 과학과 관련한 풀이의 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외국어 제시문의 번역 또는 해석을 필요로 하는 문제 등을 금지하고 있다.

대학들은 논술을 고교 교과과정에서 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가이드라인의 규제가 과도해 논술의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화여대 황규호 입학처장은 “고교 교과과정에 포함된 지식이나 수식도 논술에 내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논술이 고교 교육에서 멀어지는 부작용이 있다”면서 “논술을 교과와 연계하지 않으면 학생들의 학습 부담만 늘어난다”고 말했다.

박 회장도 “단답형이라도 풀이과정이 다양해 아이들의 창의성을 점검할 수 있다면 좋은 논술 문제”라면서 “고교에서 배우는 수학, 과학 내용까지 금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논술 가이드라인이 처음 적용된 2006학년도 논술 결과를 보면 변별력이 떨어진다”면서 “자연계 논술에서 수학 과학 문제를 금지하면 학생의 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입학처장들은 3불정책을 한꺼번에 논의하는 것은 부담이 있는 만큼 앞으로 사안별로 개선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고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는 용어 자체가 부정적인 선입견을 줄 수 있어 개념과 정의부터 명확히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3불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교육부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입학처장들은 현재 7개 사립대가 공동 주최하는 입시설명회에 참여하는 대학을 늘리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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