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사람들 12시 땡 하면 일손 놓고 밥 먹으러…”

  • 입력 2007년 3월 14일 12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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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은 남한 사람들의 개인주의적인 모습을 보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친한 친구들끼리도 지나치게 경쟁심을 가져서 노트를 잘 빌려주지 않는 행동은 그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다. 직장생활을 경험한 한 탈북자는 ‘남한사람은 12시만 되면 하던 일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라고 털어놓았다.(천재교육 고교 교과서 내용)”

우리나라 중고교 사회교과서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들 교과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북한 사회가 심각한 식량난으로 생존을 위해 자신만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집단주의가 깨진지 오래됐음에도 한국사회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서술해 놓았다는 것. 더구나 탈북자 대다수가 한국의 노동 강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실정인데, 12시만 넘으면 점심 먹으러 간다는 지적은 탈북자 일반의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뉴라이트네트워크 계열의 단체인 자유주의연대(대표 신지호)는 14일 중고교 사회교과서 2007년판을 분석한 결과 북한의 실상을 왜곡하거나,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에 상충된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총 10종의 중학교 검인증 사회교과서 중에서 8종, 그리고 총 8종의 고등학교 검인증 교과서 중에서 6종이 편향 및 왜곡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중 자유민주주의 훼손은 총 5건, 반시장·반기업은 3건, 북한실상 왜곡은 4건, 세계화 역행은 5건으로 총 17건이었다.

예를 들면 중앙교육진흥연구소 중2 교과서를 보면 러시아 혁명의 역사적 의의를 설명하면서 쑨원의 ‘인류의 위대한 희망이 탄생했는데, 이 희망은 러시아 혁명’, 네루의 ‘인류 사회를 눈부시게 진전시키고, 꺼지지 않는 불꽃을 점화’, 나세르의 ‘러시아혁명은 수억을 헤아리는 사람들을 착취로부터 해방시켰다’고 평가를 곁들였다. 이에 대해 자유주의연대는 “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긍정적 평가만을 제시하여 역사적으로 사회주의의 실험은 이미 실패로 판명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빈곤과 기아, 자유의 억압, 폭력과 학살 등이 광범하게 존재했다는 사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학사 고교 교과서에는 근로자들의 파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폭력진압에 대한 토론을 유도하고 있다. 이는 “노조의 폭력시위가 심각해지고 그 비판여론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과잉진압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시대적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자유주의연대는 지적했다.

두산 고교 교과서에는 정치인, 재벌 기업, 공직자의 부정부패 사례를 신문에서 찾아보고, 우리 사회의 부패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토의해 보자는 내용이 있다. 자유주의 연대는 “정치인ㆍ재벌ㆍ공직자가 모든 부패의 주범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주의연대는 “90년대 이후 다양한 이념표출이 용인되는 사회 분위기속에서 교과서 집필자들은 균형을 잡지 못하고, 검정 심의기관인 교육당국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당 교과서의 집필자와 출판 관계자를 비롯한 관련 학자들의 토론 후 수정작업이 진행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자유민주주의 및 법치주의 훼손
내용자유주의연대가 제기한 문제점출판사 학년 페이지
러시아 혁명의 역사적 의의

쑨원 : 인류의 위대한 희망이 탄생했는데, 이 희망은 러시아 혁명이다.
네루 : 인류 사회를 눈부시게 진전시키고, 꺼지지 않는 불꽃을 점화하였다.
나세르 : 러시아혁명은 수억을 헤아리는 사람들을 착취로부터 해방시켰다.

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긍정적 평가만을 제시하여 역사적으로 사회주의의 실험은 이미 실패로 판명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빈곤과 기아, 자유의 억압, 폭력과 학살 등이 광범하게 존재했다는 사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중2 111p
OO자동차 해고 근로자들에 대한 경찰의 과잉 진압 사건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진상 조사… OO일보 2001.4.27(신문기사)

(토론내용 2.) 폭력 진압에 대해 시민들은 어떻게 대처하였는지… 조사해보자.

국민경제의 손실을 야기하는 파업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보다는 과잉진압만을 주제로 토론학습을 실시할 우려가 있다.

노조의 폭력시위가 심각해지고 그 비판여론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과잉진압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시대적 상황과 맞지 않는다.

교학사 고교 207p
정치인, 재벌 기업, 공직자의 부정부패 사례를 신문에서 찾아보고, 우리 사회의 부패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토의해 보자. 정치인ㆍ재벌ㆍ공직자가 모든 부패의 주범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두산 고교 209p
일반적으로 재산이 많은 계층과 나이 든 세대는 보수적이며, 재산이 적은 계층과 젊은 세대는 진보적이다. 보수와 진보에 대해 선과 악의 단순화된 고정 관념으로 접근하게 만들 우려가 있고 계층과 세대 간의 갈등을 부추길 소지가 다분하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고교 199p

反시장, 反기업정서 유도
내용자유주의연대가 제기한 문제점출판사 학년 페이지
사노라면 노래 가사 바꾸기
(1절) 공급자는 언제라도 많은 이윤 노리지
같은 물건 팔다보면 서로 싸움하더라.

(2절) 수요자가 많이 오면 가격들은 오른다.
가격을 높게 팔면 많은 이윤 가능해

시장경제의 기본 법칙인 수요 공급에 따른 가격의 형성을 공급자의 이윤 추구욕으로 왜곡 설명하고 있다. 교학사 중3 85p
<노사문제를 해결하는 또 다른 방법>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있는 S사는… 노동자와 기업가가 함께 회사를 소유함으로써 노사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종업원 소유 회사는 매우 예외적이고 그 실패 사례가 많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아 이를 일반화하거나 이상적 모델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 도서출판 디딤돌 중3 69p
회사관계자는 “창업주가 돌아가신 후, 창업주의 친인척은 창업주의 유언을 받들어, 경영인이나 회사 직원으로 일체 들어오지 않는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였다. 기업의 소유와 경영 분리의 사례만을 긍정적으로 설명하여, 그렇지 않은 기업은 부정한 기업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다.지학사 중3 61p

자유민주주의 및 법치주의 훼손
내용자유주의연대가 제기한 문제점출판사 학년 페이지
(북한의) 집단 농업은 농지를 개간하고 농작물의 생산량을 통제하는 면에서는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북한 권력자의 입장에서 농업집단화의 효율성을 논하고 있어서 그 부정적 측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 금성출판사 중1 116p
남북 주민들간 긍부정적인 요인 비교
o 남한
- 긍정적 : 근면하고 열성적이다.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 받는다.
- 부정적 : 이기적이며 부패와 타락이 심하다. 차별의식이 강하다.

o 북한
- 긍정적 : 열심히 일한다. 인내심이 강하다.
- 부정적 :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받는다. 당과 국가에 의존한다.
북한주민들이 남한에 비해 결코 더 열심히 일하지도 않으며 그 부패정도만 보아도 훨씬 더 심한 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전혀 다른 왜곡된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도서출판 디딤돌 중3 201p
남북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는 빠른 시일 안에 달성되어야 한다. 남북통일이 이루어졌을 때 우리 민족의 시민 사회는 비로소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통일만 되면 시민사회가 완성될 것이라고 하는 우리사회의 특정세력의 입장인 통일지상주의에 입각해 있는데, 어떤 통일도 선이며 통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통일지상주의는 국민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고교 185p
남한으로 온 탈북자들은 남한 사람들의 개인주의적인 모습을 보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친한 친구들끼리도 지나치게 경쟁심을 가져서 노트를 잘 빌려주지 않는 행동은 그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다. 직장생활을 경험한 한 탈북자는 “남한사람은 12시만 되면 하던 일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라고 털어놓았다.북한사회가 심각한 식량난을 항상적으로 겪고, 생존 그 자체를 위해 자신을 돌보아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집단주의가 강하다는 신화는 깨진지 오래다. 더구나 탈북자 대다수가 한국의 노동 강도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 12시만 넘으면 점심 먹으러 간다는 지적은 탈북자 일반의 주장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천재교육 고교 271p

세계화 역행
내용자유주의연대가 제기한 문제점출판사 학년 페이지
선생님/만약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나라가 이런 사항을 어기면 강한 무역 보복 조치가 행해지거든. 무역에서 국가의 보호를 줄이고 가격과 품질로 경쟁해서 살아남으라는 거야

학생/선진국들에게만 유리한 결정이로군요. 그럼 우리도 달리 살길을 찾아 봐야겠네요.

세계적인 추세인 WTO에 대해서 선진국에게만 유리한다고 단정 짓고 있으며 우리도 반도체와 같이 경쟁력이 충분한 수출품목도 있는데 세계 시장에서 약자로만 평가하고 있다.동화사 중1 102p
세계 무역기구 체제의 빛과 그늘
각국 정부가 국민의 건강이나 환경 보전을 목적으로 수입 규제나 농민을 보조하려고 해도 세계 무역기구에서 그것이 ‘불공정 행위’라고 판정한다면 그 나라 정부는 막대한 벌금을 물거나, 그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보호무역주의가 수출 위주의 우리경제에 유리하다는 잘못된 시각을 심어줄 수 있다. 고려출판 중3 167p
세계화 물결은… 강대국과 다국적 기업에게 특별히 유리한 환경이 될 수 있으며 노동자를 비롯한 다수의 사람들이 경쟁의 낙오자로 전락될 가능성이 있다.세계화는 누구도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뚜렷한 추세이며, 한국, 중국과 같이 선진국을 추격하는 나라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주기도 하는데, 세계화를 강대국이 개발도상국을 예속화하는 수단으로 편향되게만 설명하고 있다. 교학사 고교

286p

세계화가 진행됨에 따라 빈부 격차는 점점 확대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경우, 상위 소득 계층인 20%의 사람들이 국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하위 소득 계층인 20%의 사람들이 차지하는 비중의 11배나 된다.빈부격차 문제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며, 특히 러시아는 경제체제의 전환 과정에서 소수 특혜층의 부는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중산층의 형성이 더디면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는데 이를 별 근거도 없이 세계화의 결과로 설명하고 있다.도서출판 디딤돌 고교 285p
세계화와 공업화가 가져온 농업문제
우리의 먹을거리를 전적으로 남의 손에 맡기는 문제는 신중히 고려해야한다. 왜냐하면 과거의 원유파동과 같이 몇몇 식량 수출국들이 식량을 무기화할 경우 우리의 안보와 주권이 크게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곡물을 수출하는 나라들이 수입국들을 대상으로 연대하여 이를 무기화할 가능성을 언급하는 식량주권의 개념은 그 현실성이 극히 낮으며,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대다수 노동자들이 비싼 우리농산물을 구입해야하는 부담은 설명하지 않고 있다.대한교과서 고교 230p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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