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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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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격언은 유명한 고대 수학자인 유클리드와 관련이 있지만 워낙 오래된 말이라서,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는 이 말이 유클리드가 당시 이집트의 왕이었던 톨레미 왕에게 했던 것으로 여기고 있다. 혹자는 이보다 약간 앞서 메나에크므스가 알렉산더 대왕에게 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프톨레마이오스라고도 불리는 톨레미 왕은 알렉산더 대왕이 죽은 후에 이집트를 지배했던 왕이었고, 유클리드는 알렉산더 대왕이 세운 알렉산드리아 대학의 수학교수였다.
○ 왕도, 페르시아가 왕의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길
‘왕도’가 유래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톨레미 왕은 뛰어난 수학자인 유클리드에게 기하학을 배우고 있었는데, 당시 기하학은 수학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왕은 기하학이 너무 어려워 유클리드에게 물었다.
“기하학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겠소.”
그러자 유클리드는
“왕이시어. 길에는 왕께서 다니시도록 만들어 놓은 왕도가 있지만,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왕도’는 기원전 330년 알렉산더 대왕에게 멸망당한 페르시아 제국이 만든 길로 다음과 같은 역사가 있다.
메소포타미아 지방은 기원전 1530년경에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이 망하게 되자 혼란한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런 혼란한 시대는 아시리아인들의 기병과 전차를 이용한 정복전쟁으로 기원전 900년경에 막을 내린다. 그러나 가혹한 지배로 인하여 기원전 610년경에 기존의 왕국은 멸망하고 다시 4개의 나라로 분리된다. 결국 기원전 525년에 페르시아가 당시의 오리엔트를 다시 통일하게 된다. 이때가 바로 유명한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활동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페르시아 제국은 정복한 다른 민족에 대하여 풍습과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는 관용책을 사용한다. 그리고 수도를 정치 중심지인 수사, 겨울 궁전인 바빌론, 여름 궁전인 에크바타나의 3개의 도시로 정했다. 또한 수사와 소아시아의 사르데스를 잇는 약 2400km의 길을 만들었는데, 이 길은 이 지역을 통치하는 데 필요한 왕의 명령을 전달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다. 보통 사람이 3개월 걸려서 갈 것을 왕의 사자는 이 길을 이용하여 1주일 만에 주파할 수 있었다고 하니, 당시에 이 길을 통하는 것이 얼마나 빠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왕도’로, 사르데스는 현재 터키의 이스탄불 남쪽에 있는 이즈미르 지역이었으며, 수사는 이라크의 바스라 북쪽지역이다.
○ 인류, 2000년 걸려서야 3대 작도문제 증명 완성
기원전 499년에 이오니아지방에 대한 페르시아의 압제로 반란이 일어나는데, 이것을 도시국가 아테네가 도와주게 된다. 이로써 아테네와 페르시아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는데 첫 번째 전쟁에서 페르시아 군대는 풍랑을 만나 함대가 풍비박산되었다. 2년 뒤 다시 전쟁을 일으켰으나 아테네가 마라톤 평원에서 승리를 거두게 된다. 이 전쟁의 승리에서 오늘날의 마라톤이 유래되었다. 그 이후 아테네는 그리스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게 되었고, 기원전 431년 스파르타와의 전쟁에서 패한 이후에도 아테네는 그리스를 이끄는 도시국가로 문화와 문명을 선도하였다. 당시 유명한 사람으로는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인 플라톤, 그리고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있었다.
‘왕도’가 세워졌던 기원전 600년경부터 기원전 300년까지의 시기는 수학의 역사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 동안 유클리드는 ‘원론’이란 책을 통하여 기존의 수학을 하나로 통합했으며 무한소, 극한, 합의 과정 등과 관련된 수학적 개념을 발전시키게 된다. 그리고 수학을 이르는 말이었던 기하학은 원과 직선에서 곡선과 곡면을 연구하는 고등기하학으로 발전하게 된다. 또한 주어진 정육면체의 체적의 2배가 되는 정육면체 작도하기, 임의의 각을 3등분 하기, 그리고 주어진 정사각형과 같은 넓이를 갖는 원을 작도하기 등과 같은 3대 작도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며 수학은 놀라운 발전을 하게 된다.
현대 화학이 연금술에서 발전했듯이, 오늘날 수학발전의 밑거름은 불가능하다고 수학적으로 엄격하게 증명된 3대 작도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증명을 모두 완성하기 위하여 인류는 거의 2000년이 넘는 세월을 노력했다. 역시 수학에는 왕도가 없나보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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